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
상태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08 0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인 1개소법 환수 부당 판결은 모순

최근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소송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한 것.

이 같은 대법원 판단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형평에 반하는 판단이며,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고 밝혔다.

 

◇1인 1개소법 위반, 건보공단 환수 ‘취소’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한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을 취소한 사건은 도대체 어떤 사건일까?

대법원은 지난 5월 30일 의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은 이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가 의사 A씨의 명의를 빌려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한 1인 1개소법 위반 사건으로, 건보공단은 A씨에 대해 환수처분을 내렸지만 1심에서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가 A씨의 명의로 문제의 병원 개설·운영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은 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병원이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비용을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것은 건보법 제5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 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상고됐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등에 한정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정하는 한편(제33조 제2항 제1호),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제33조 제8항 본문)”며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제4조 제2항)”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호법에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임에 비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 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로,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건보법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건보법과 의료법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건보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해야한다”며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거나,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더라도 의료법에 의해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운영되고, 진료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료법 조항을 위반하지 않은 의료기관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건보법에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1인 1개소법을 위반했더라도, 의료법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거나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 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건보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및 제57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허가나 심리미진, 판단유탈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은 논리적으로 ‘모순’
이번 판결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보장된다면 환수가 불가하다는 판단인데, 사무장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므로, 의료서비스 내지 요양급여의 질은 담보 된다”며 “그런데도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제까지 비용을 환수하라고 판단해왔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형평에도 반하는 판단이며, 논리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판결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행법을 사문화 시키는 것으로,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입법자의 입법의도에도 반하는 판단”이라며 “실질적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걸 허용한다면, 판결이 아닌 법을 개정해서 복수 개설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영리병원 사례를 보면, 현행법으로도 허용됐으나, 국민정서가 허용을 안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의 대법원 판결은 현행법으로조차 금지된 것을 국민정서에 반해 법원이 허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형사처벌까지 시키면서, 위반한 상황이 되자 ‘어쩌겠느냐’면서 비용을 지급해주라는 형국”이라며 “실제로 얼마 전에 대법원 판결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 유죄확정 판결’을 선고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형사처벌대상 행위(위법행위)’라고 판단하면서, ‘비용은 지급받을 수 있는 행위(부당행위는 아니라는 것)’라는 모순되는 결론이 됐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누적된 하급심 판결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1인 1개소 사건들 뿐만 아니라, 일반 현지조사 부당청구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의료의 서비스질은 문제없으니 부당이득을 징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인1개소법 환수 부당 판결...어떤 영향 끼칠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앞으로 1인 1개소법과 관련해 건보공단의 환수 소송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는 “배후의 의료인이 개설·운영했다면 여러 개 개설해도 적법하다는 것으로, 과연 ‘의료인이 개설 운영했다는 것’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없어, 앞으로 추가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배후의 실질 개설 운영자가 의료인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를 도구로 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비의료인을 대리인으로 보내서 개설명의 의료인들을 지휘 감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면 이것은 사무장병원이거나 사무장병원 보다도 더 비난가능성이 중한 것”이라며 “이러한 운영도 가능한 것인지 향후 대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식회사도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에, 의료법인 등과 달리 주식회사는 ‘비영리를 추구’해야 할 의무도 없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준래 변호사는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 1개소법 위헌소송에 대해선 “이번에 대법원이 비용지급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기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곧바로 위헌이라는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고민했음에도 최종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라는 의미”라며 “헌재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