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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와 대화단절 ‘철회’한 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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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와 대화단절 ‘철회’한 의협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5.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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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선택...백기투항 지적도

지난 2월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한 의협이 두 달 반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건정심과 의·정협의를 제외한 복지부 및 산하기관 논의기구에 대해 필요·중요도를 따져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2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 총선기획단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 회장은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구 논의기구에 대해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진찰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1월 31일까지 답변을 요구했고, 복지부가 이에 대해 완곡한 표현으로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하자, 지난 2월 13일 복지부와의 모든 대화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안전진료TF, 의·한·정협의체, 의·정소통협의체 등 의료현안을 위해 의협이 복지부와 진행하던 모든 회의가 올스톱이 된 상태이다.

정부와의 대화 중단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 적잖은 반론이 있었다.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회원 설문조사에서도 투쟁과 대화를 병행해야한다는 응답이 대다수일 정도로 정부와의 대화 중단에 불안감을 표하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의협은 복지부 및 산하기관 논의기구에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의협 정성균 총무이사는 “지금 현재 의협 패싱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교묘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발표했다”며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해 불참을 선언했지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에서 참석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대정부 투쟁과 병행해서 꼭 필요한 논의기구는 선별적으로 참여해서 회원 권익을 찾을 수 있도록 협회 회무 진행할 계획”이러고 전했다.

최대집 회장도 “지난 2개월 반정도 복지부와 산하기구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전면적인 대화 중단을 진행해왔다”며 “정부와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의협의 상시적인 회무를 진행하기 어렵고, 회원들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는 산하단체, 상임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여러 논의기구 중 중요도에 따라서 선별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어떤 협의체에 참여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보장성 강화 정책, 수가정상화를 논의하는 의정협의체는 안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정부와 대화 단절을 통해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의지를 정부와 국회에 명백히 제시했다”며 “대화 단절을 통해 우리가 투쟁 목표로 설정한 목표들을 얻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정부와의 대화 단절에서 선별적 논의 참여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협의 정부 대화 단절 기조를 쫓아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참여 철회를 선언한 대한개원내과의사회에서는 내심 한숨을 돌리는 인상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만관제 시범사업에 대한 내과의사회는 의협의 입장에 동조하지만 환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철회를 하더라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화는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아서 의협의 입장이 바뀐 거 같다”며 “자체적으로 논의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도 의협의 입장 선회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라며 “의협이 대화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지 우리는 항상 대화의 장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 얻은 것도 없이 두 달 반 동안 정부와 대화 단절을 한 것에 대해 강경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태세전환에 대한 것이 소극적으로 최대집 회장이 항복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복지부에선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회의체에 들어가겠다, 수가협상도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는 최 회장의 전략으론 어떤 성과물도 얻을 수 없어 전략을 바꾼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회원들 눈에 보이기에는 최 회장의 전략이 판단 미스였고, 정부에 백기를 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과연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최 회장의 사유가 궁금하다. 최 회장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만 있었지 지난 과오에 대해서는 소회나 스스로의 비판 등이 없는 것 역시도 상당히 아쉬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의협 전직 임원은 “정부랑 협상을 하겠다면서 의·정협상과 건정심을 안 들어가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선별해서 들어가는 것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건데 과연 이게 선을 그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건의료 현안은 정부와 의협이 협의해서 끝나지 않는다. 가입자단체나 타직역도 와도 논의를 해야지 의협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며 “결국 모든 보건의료현안은 건정심을 거쳐야 하고 재정 투입도 건정심에서 결정된다. 의협과 정부가 함께 안건을 올리더라도 과연 이것을 건정심에서 받아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투쟁을 위한 회의 참여 같은 느낌”이라며 “의협 입장에서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자신들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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