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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없는 대정부투쟁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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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없는 대정부투쟁은 환상이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3.1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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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성공적인 의료계의 투쟁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손실을 감수하는 희생이 담보돼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국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 회장은 의협 회장이 되기 전부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저지할 인물은 자신뿐이라며, 투쟁 전문가로서 지지를 받아왔다. 

의협 회장이 된 이후, 지난 1년간의 회무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포함 여러 집회를 추진하는 등 의협의 투쟁을 이끌어왔다.

이런 와중에 최대집 회장은 의·정협의체를 통해 진행된 수가정상화 논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이견으로 지난달 1일 강경한 대정부 투쟁 국면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쟁으로 인한 병·의원 경영상 손실이나 행정처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대집 회장은 “의협은 한국의료제도의 정상화, 특히 수가정상화의 문제를 두고 대정부 투쟁을 준비 중”이라며 “큰 정책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에는 희생을 담보로 일시적인 손실은 당연히 감수해야하다”고 밝혔다.

* 최대집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의협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집단 휴진, 충분한 내부 논의 후 결정
최대집 회장은 의료계 전역에서 1차적으로 24시간 동안 진행하는 집단휴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투쟁은 강도 높게 광범위하게 이뤄져야한다”며 “아직까지 투쟁 방법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 의료계가 1차적으로 24시간 집단휴진으로 투쟁을 펼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각 직역별로 대정부 투쟁을 전담하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를 구성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계획이고 조만간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라며 “시민단체 등과의 민생정책연대 또한 4월 초중순 경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의쟁투는 의협 기존 회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임이사회와는 별개로 운영될 계획이다. 최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 4명과 시도의사회장, 대의원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여자의사회 등에서 추천하는 인물로 22명의 고정위원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무작정 투쟁으로 집단휴진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료계 대표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회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의사회원들과 약속한 것이 있다”라며 “시도의사회장단, 직역 대표들과 확대연석회의를 거쳐서 충분히 논의해 투쟁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협상 재개, 구체적 대안 제시 없으면 투쟁
최근 의협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의료계의 투쟁 방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만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선 투쟁 방식에 대해 ‘투쟁과 협상은 병행돼야한다’는 방식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이로 인해 복지부와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기존에 의협에서 요구했던 초재진료 30% 인상·원외처방료 부활에 대해 구체적인 재정과 시기 등 복지부의 답변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의료계가 복지부와 대화창구를 전면 폐쇄하고 투쟁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화를 병행하기 위해선 의협에서 제안했던 진찰료 인상안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 있어야한다”며 “의약분업 재평가, 의사 근로시간 등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복지부의 의지를 보여줘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도 단기간 내에 의협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쉽게 입장을 바꾸는 것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말 그대로 대정부 투쟁 기조로 주단위로 움직이겠다”라고 전했다.

결국 복지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의협이 제기한 조건에 대해 명확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투쟁모드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입장이다.

◇실리를 찾는 협상이 필요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투쟁과 협상이 병행돼야한다’는 투쟁 방식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실리를 찾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故임세원 교수로 인해 촉발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 회의 등 회원들을 위한 ‘실리’를 찾는 회의까지 모두 중단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의료계 일각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대집 회장은 “의협은 수가정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단계 방안을 제시했고 이중 첫 단계가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이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일시적인 손실은 당연히 감수해야한다고 본다.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고 뭔가 달성하겠다는 건 환상”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안전진료TF 회의는 의협의 요구안이 거절됐기 때문에 지난달 회의를 더 이상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80% 가량은 이뤄진 상태”라며 “지금 안전진료TF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초기 진행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피살된 참혹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의료계가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해야겠지만 체계적인 대안은 정부가 내야 하고 의료계는 기본적인 의견만 문서로 제시해도 되는 상황이었다고 본다”는 것.

최 회장은 1년여간 불참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마디로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건정심의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는 참여하는 게 의미없다. 건정심 위원 25인 중 의협은 2명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다”며 “가입자 8인, 공급자 8인, 공익 8인인데 공익은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거나 가입자 입장에서 주로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재정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건 그만큼 의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건정심 위원 숫자가 조정돼야한다는 것.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건정심 개정안을 발의했고 윤 의원 외에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어 개정안들이 좀 더 나올 거라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건정심의 기능, 구조, 구성에 대해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한다. 그래야만 의협이 건정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협이 참여하지 않고 이뤄지는 건정심 결의들은 법적인 의결절차를 거쳤겠지만 의료계는 동의하지 않았기에 인정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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