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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藥-韓 해묵은 갈등, 또하나의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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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藥-韓 해묵은 갈등, 또하나의 뇌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6.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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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약사·약국자살예방사업 갈등...의사 보건소장 논란도

의협이 약사회, 한의협과 또 다시 해묵은 직역간 갈등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기존 성분명 처방,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같은 갈등이 아니라, 정부 정책과 관련된 갈등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은 방문약사제도, 약국 자살예방사업 등과 관련해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는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을 함께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건보공단과 약사회는 노인인구,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투약순응도 향상과 약물 오남용을 방지를 위한 시범사업을 함께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일부 지역을 고른 후,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시범사업이 실시되면 대한약사회 소속 약사와 건보공단직원이 함께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지속적(4회) 투약관리를 하게 된다.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올바른 약물이용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건보공단과 약사회가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7월부터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고 유감”이라며 “방문약사제도는 의사의 처방권,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침해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의사 본연의 일인 처방에 간섭해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약사회 주관으로 63빌딩에서 개최한 ‘전국지방선거 약사 당선인 축하연’에서 활성화 의지를 밝히면서 의협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시장 선거에서도 약사회 도움을 많이 받아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약사와 함께 서울시가 발전해나갈 것이고, 시민과 함께하는 건강서울페스티벌, 세이프약국 등 관련 정책들도 계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이프약국 금연서비스는 흡연자에게 금연지지를 해주고, 금연의지가 있는 대상자에게는 약국에서 금연클리닉 등록카드를 작성한 후 4주 간 금연상담 및 금연보조제 지급을 해주고, 이후 보건소 금연클리닉으로 연계하는 서비스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새로운 대안인 ‘방문의사제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제도를 찾아 재정을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방문약사제도나 약국 자살예방사업 등 말도 안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럴 바에는 방문의사제도를 활성화하는것이 국민건강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의사제도는 일명 왕진의사제도로 구급차나 응급실이 부족한 의료취약지 지역에 의사가 직접 환자를 찾아가서 진료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0년 대까지만 해도 ‘왕진’이 자주 있었지만 현재는 격오지의 의료 봉사 형태로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방 부회장은 “왕진이 활성화되지 못한 건 교통비 정도에 불과한 수가 수준이 근본적 원인”이라며 “의료취약지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다음 달부터 2018년도 만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의협에서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 사업은 앞서 환자정보 유출로 재판 중인 약학정보원이 만든 프로그램에 탑재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도구와 자살위험약물 DB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하고, 참여 약국에 상담료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환자에게 문진 등의 진찰을 인정하는 시범사업으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의협은 “현재 의학계는 자살을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코 가볍게 대처하면 안 되는 중한 질환임을 정신과 전문의들이 강조하고 있다 며 ”자살사고가 있다는 것은 심각한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를 수반하는 전문적인 영역의 치료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자살예방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도대체 약국에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어떠한 예방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전문가인 약사들의 상담에 의해 오히려 적기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의협은 “복지부가 일선 약국에서의 자살예방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약사에게 조제-복약지도-기본조제-약국관리-의약품관리료라는 비용에 이어 ‘상담료’를 또 퍼주겠다는 전형적인 약사 퍼주기 정책이자 혈세 낭비”라며 “약사 직군에 대한 특혜성 시범사업인 약국 자살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해야하고, 지금이라도 자살 위험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체계적인 검토를 진행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의협의 타 직역과의 갈등은 약사회만이 아니다. 최근 법제처가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채용하는 것은 과도한 진입장벽에 해당한다며 불합리한 차별법령 개선과제로 선정한 것으로 인해 한의협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법제처는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 하는 규정이 양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함에 따라 한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등 타 직역의 의료인을 차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의협은 법제처의 보건소장 의사 우선임명 차별법령 개선과제 선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함과 동시에 “국민건강 위해 보건소장 의사 임명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보건소장은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의사 면허 소지자를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보건소장은 감염병 예방과 관리, 예방접종, 건강증진 등 공중보건사업을 수행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의학지식은 물론, 감염병 역학, 만성병 역학, 환경보건 등의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에 의사를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관련분야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실제로 전국 보건소장 현황을 보더라도 비의사 보건소장이 59%에 달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차별행위인지 의문이라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종 감염병 위기 등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보건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오히려 현재의 비의사 출신 보건소장 임용의 예외조항을 없애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염려한다면, 단순히 법률상 과도한 진입장벽 차원에서 논할 것이 아니라, 보건소장이 공공의사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명하는 것은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민에 대한 공중보건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임을 환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가 ‘양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 규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법제처의 지적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관련 법령 개정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역별 보건소장 양의사 임용 비율’에서 2015년 기준 전국 252명의 보건소장 중 양의사 출신은 103명(40.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지난 4월에는 울산광역시와 제주시에 양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공모했으나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 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협은 “이러한 상황에서 양의사만을 보건소장으로 고집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를 떠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그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협은 “의료인의 전문성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으로 보건소장 임용이 늦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보건소장 임용자격을 의사면허 소지자로 제한한다는 불합리한 법령이 개정됨으로써 보건의료분야에서 특정 직역에 특혜를 부여해왔던 적폐들이 청산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의협이 최근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과 의과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고발했다고 밝힘으로써 두 직역간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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