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에 검은 ‘근조’ 리본이 온·오프라인으로 의료계에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중환자 치료는 이제 끝났다’면서 많은 의사들이 검은 리본을 달기 시작한 것.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3인에 대한에 대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심문한 간호사 1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중환자 치료’의 명복을 비는 검은 근조 리본을 만들어 개인 SNS에 공개했고, 한 교수의 뜻에 공감한 동료의사들이 SNS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을 근조 리본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또한 한 교수는 ‘근로 리본’을 실제로 제작, 진료실·진료가운 등에 부착했고, 리본을 원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한정호 교수는 “정부와 사법기관이 중환자실 진료를 하지 말라고 선언했다”며 “의료진의 능력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고, 의료진이 밤을 새우면 다음날 연속 진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 5명 이상의 환자를 의사가 진료하는 것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앞으로 능력을 벗어나는 환자 진료는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에 그동안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의대교수들도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대한의학회는 “수사당국이 개인 의료인의 구속수사를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미 모든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의료인 개인의 구속은 사건 본질을 흐리는 형태이며, 구속 없이도 철저한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학회는 “해당 의료인 및 병원 전반에 걸친 수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중환자 의료 및 감염관리 체계 개선 대책을 충실히 세워야 함은 깊이 인식하지만 이번 사건은 의료인 개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계 전반에 축적된 구조적 문제점이 모여 발생한 사태”라며 “개인의 구속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가 중환자 의료행위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 186개 회원학회의 뜻을 물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함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인이 업무상과실이라는 이유로 구속수감 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 등은 “원인규명과 철저한 수사에 반대하지 않지만 해당 의료진의 직무 수행이 의도적인 감염 유발 행위가 아님에도 100일도 더 지난 시점에서의 인신구속을 감행하는 것은 무리한 사법처리”라며 “경찰은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는데, 이는 감염원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해 중환자실 관리자에게 지도·감독의무를 지우고 책임을 씌웠다는 반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회 등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를 일부러 창출해 낼 수 없다. 낮이건 밤이건 언제 어떤 산모가 병원을 찾아도 안전하고 건강한 분만을 위해 소명을 다하기에 미숙아나 극소저체중아 분만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상존하는 사례들”이라며 “사법당국의 이번 조치는 분만실 폐쇄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관련 분쟁에 대한 공포를 더더욱 확대시켜 장차 우리나라의 분만 인프라를 황폐화 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며 “이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를 승인한 조치가 향후 의료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번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묵묵히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 명의사 처벌로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어렵고 위험한 의료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협의회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사태 방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단지 개별 의료진의 탓으로 때우려는 의료진 구속 수사는 법리에 맞지 않는 여론만을 의식한 판단”이라며 “의료진의 구속 수사를 철회하고 감염관리 체계의 근원적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 및 범의료계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현 시점에서 현재 지금도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하다”면서 “이번 일이 일선 의료진들의 처벌로만 끝난다면 어느 의사도 어떤 상태이던지 중증환자를 보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 성인 중환자, 모든 중증환자들의 진료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대목동병원 일선의료진의 구속영장청구를 중지하고 교통사고특례법처럼 중과실이 없다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정부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5일 현재 5586명이 청원에 참여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