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최대집 후보(기호 3번)이 당선됨에 따라 의료계 내외부로 최 당선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의협 용산임시회관 회의실에서 지난 23일 선거 개표를 실시했다.
최대집 후보는 총 2만 1547표 중 6392표를 얻어 다른 후보들과 격차를 벌이며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대집 후보가 당선된 이유에는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 후보는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을 맡으면서 대정부투쟁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경기도의사회장 선거에 이동욱 신임회장(비대위 사무총장)이 당선된 것과 함께 이번 선거에 비대위 바람이 크게 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선거유세기간 내내 회장 출마 이유로 ‘문재인 케어 저지’를 꼽았던 최 당선인의 당선 소식에 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술렁거리고 있다.
강경투쟁 노선을 걸어온 데에다가, 우익적 성향을 띈 여러 사회활동 이력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최 당선인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최대집’이 오르는 일이 벌어졌고, 주요 일간지와 방송들도 그의 당선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관심 외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최 당선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선에 기대를 거는 쪽에서는 정부를 향해 의료계가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최 당선인만한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다.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이필수 위원장(전라남도의사회장)은 “최 당선인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문 케어 추진에 대해 회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의미고, 회원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며 “시도의사회장들도 최 당선인에게 힘을 몰아줘서, 회원들의 바람을 당선인이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문과목의사회장은 “회원의 20~30% 지지를 얻어 의협의 수장이 선출됐으니까 그 분을 믿고 가야한다”며 “최대집 당선인을 보면 강성이라고 하지만 나쁜 강성이 아닌 의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가능하면 단결해서 많은 지원을 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대집 당선인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 개원의 A씨는 “위로는 선배, 아래로는 후배, 좌로는 반대세력, 우로는 보수세력, 그중심에 회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보시절 그 누구의 정치스타일을 흉내내 회장직을 수행한다면 그동안 최 당선인이 추무진 회장의 탄핵을 여러 차례 이끌었던 것처럼 회원들이 당선인을 탄핵할 것이다. 말실수 한번으로 국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던 전임 회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절차탁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회장으로 당선된 일에 대해선 축하할 일이다. 다만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오던 간에 그건 의사들이 처절하게 책임져야할 몫”이라며 “지금 의사들이 동굴 끝에 있는 빛만 보고 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빛이 있는 쪽에 함정이나 낭떠러지 없이, 끝까지 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집 당선인으로 인해 노환규 전 회장 이후, 의료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모 의료계 관계자는 “최대집 후보가 의협회장 선거 후보로서는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했고, 기존 기성세대와는 다른, 차별화된 장점을 많이 표현했기 때문에 회원들이 표를 주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기회에 적폐라고 할 수 있는 의료계의 낡은 정치집단들이 한 번에 해소가 되고 새로운 신진세력이 다시 한 번 부흥했다. 노환규 전 회장 이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대집 당선인 선거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밝혔다. 최 당선인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노 전 회장이 제40대 집행부에 영향을 끼칠 위치를 맡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해 이에 대해 해명한 것.
노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기자가 ‘최대집 당선인이 구속 등의 사유로 물러나게 되면 이후 선대위원장이 등장할 거라는 소문이 있다’고 질문을 했다”며 “저는 피선거권이 없다. 현재 의협은 다음 선거부터 회비를 지연해 납부하는 경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규정을 만들었는데, 제가 회비 지연납부자”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피선거권을 자진 박탈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지연 납부했다. 현재 피선거권이 없으니 앞으로 제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최대집 당선인의 상왕노릇을 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앞으로도 의료계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직책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