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병원내 전공의 폭행 등 비인권적인 수련환경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내부적인 자정과 방지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수련병원에서 교수와 전공의 또는 전공의간 폭행 등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불편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벌어진 일부 교수진의 전공의 가해에 대해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일부 교수진의 상습적인 폭언, 폭력 및 성희롱으로 인해 전공의 2인이 동반 사직하였으며, 남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에 대전협은 “명백히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교수들의 태도 및 열악한 수련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의 가해를 중단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전공의를 응당 보호해야 할 일부 교수진은 대학 병원 내의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피교육자인 전공의에게 폭언, 폭력 그리고 성추행을 일삼아왔다”며 “그들에게 지도 받고 교육 받던 전공의들이 받았을 정신적, 육체적 피해의 정도는 매우 위중하며, 이러한 것들을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며 참아온 전공의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전협은 “해당 병원이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관련 교수들의 즉각적인 업무 중지, 피해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하기를 요구한다”며 “관련 교수를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며,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고 전공의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협 전 상근부회장으로 현재 기흥구 보건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강청희 소장도 “의료인 폭행방지법, 전공의 특별법의 통과를 위해 현장에서 일했던 입장에서 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진료현장과 수련 과정에서의 폭행사태가 안타깝다”며 “당연한 인권문제를 법제화까지 했던 이면에는 우리 스스로 통제가 안 되고 역부족 이었던 창피한 고질적 내부 병폐가 숨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도제식 수련환경,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갑질과 폭력과 같은 인권유린은 바로 의료계의 대표적 적폐로, 의료계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전문가다운 자각, 자성,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사들의 자존감이 남아 있다면, 당장 이번 폭행사건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징벌을 통해 정의로운 의사들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제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하부 위원회 근거 규정을 개정해 폭력, 성추행 등 형사책임이 수반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계 민주주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민낯을 드러낸 원내 전공의 폭행 등 비인권적인 수련환경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전북대병원의 전공의 폭행 및 수련환경평가 부정수검 등에 대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시행 후 첫 행정처분이 시행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복지부 내 설치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6월 폭행피해자인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로부터 관련 민원을 접수한 후, 7월 두 차례 현지조사에서 폭행 외에도 수련환경평가 제출자료 허위작성, 입사 전 사전근무 지시, 상급년차의 임의 당직명령 등의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복지부는 8월과 10월 두 차례 수련환경평가 위원회 심의와 지난 9월 전북대병원 의견청취를 거쳐 행정처분 내용을 최종확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북대병원 외에도 최근 민원접수 및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전공의 폭행 병원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현지실사 및 행정처분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성형외과 교수의 폭행·폭언사건이 발생한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상급년차의 폭행 민원이 접수된 삼육서울병원, 교수의 여성 전공의에 대한 성추행 민원이 접수된 양산부산대병원 등에 대해서는 병원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또한 산부인과 전공의 2명이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지도교수로부터 전공의 11명이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대병원은 추가로 자료제출을 명령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조사결과에 따라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 외에도 3년간 수련규칙이행여부 현지평가를 실시하는 등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에서도 ‘의료인 폭력 피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의협에 따르면 센터 운영위원은 최근 홍보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 지역대표, 폭력/성폭력 피해자 대표, 홍보위원회 위원, 방송사 기자, 경찰청/변호사 위원, 여의사회 추천위원으로 구성됐다.
의협은 우선적으로 폭력 가해자 교수에 대한 지도전문의 박탈요청과 관련 공문을 관련 기관에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은 “센터 운영을 통해 고질적인 전공의 폭행을 비롯한 진료실 내의 상습적인 환자의 의료인 폭행 근절해 안정적인 수련환경 조성 및 안전한 진료환경을 마련해 폭력 없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