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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치료제 시장의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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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치료제 시장의 ‘프레임’ 전쟁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7.05.30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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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로 차별화..“약제 선택에 환자도 참여해야”

물 반 컵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생각, '프레임 법칙.'

C형 간염치료제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명성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때맞춰 간사랑동우회에서는 약제 선택에 있어 실제 환자들이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1%라도 완치율이 높은 치료제’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이 같은 선명성 경쟁에 불을 붙였다.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C형 간염 치료제 공급 업체들이나 환자들 모두 고민의 중심에는 ‘완치율’이 자리하고 있다.

약가, 내약성, 복약편의성 등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완치율’ 하나만 바라보고 약제를 선택해야 할지, 완치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다른 변수들을 더 고려해야 할지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

어느덧 모두가 완치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상황이다.

◇프레임 전쟁의 시작, 닥순 vs 하보니
C형 간염치료제에 ‘완치율’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한 것은 국내 최초의 인터페론 프리 경구용 C형 간염치료제 다클린자+순베프라(BMS)와 하보니(길리어드)다.

다클린자+순베프라 조합이 워낙 저렴한 약가에 시장을 개척하면서 출시 당시 보다 높은 완치율이 기대되는 하보니의 급여를 기다려야 하는지 논란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단 경구용 C형간염 치료에 실패할 경우 새롭게 시도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갔다.

뿐만 아니라 하보니가 해외에서 워낙 고가 논란이 있었던 터라, 국내 급여시기도 명확하지 않았고, 급여가 된다 하더라도 접근가능성에 물음표가 작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리얼라이프에서 94%정도의 완치율을 나타낸 ‘닥순(다클린자+순베프라)’로도 충분하다 의견과 실패한 5~6% 환자들에게 2차 치료옵션이 마땅치 않아 ‘하보니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하보니의 급여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즈음, 하보니가 ‘닥순 불가’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며 이전의 논란들을 쓸모없는 소모전으로 정리했다.

◇프레임 전쟁의 2막, 제파티어 vs 비키라+엑스비라
하보니에 비해 다소 낮은 완치율에도 상당히 저렴한 약가를 앞세워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다클린자+순베프라 조합은 후발주자인 제파티어(MSD)와 비키라+엑스비라(애브비)의 가세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약가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에 비해 완치율도 다소 떨어지고 내성검사까지 해야하는 단점이 있어 더 이상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으리란 분석이다.

이제 ‘완치율’을 두고 펼쳐질 프레임 전쟁은 제파티어와 비키라+엑스비라 조합으로 넘어갔다.

1일 1회 1정의 복약편의성을 앞세운 제파티어와 1일 2회 총 4정을 복용해야 하는 비키라/엑스비라가 임상연구에서 보인 완치율의 차이는 3~4% 수준.

상대적으로 복약 편의성에서 단점을 가진 비키라+엑스비라는 통상적인 치료기간 기준 999만원, 본인부담금 기준 299만원, 한 달(4주)로는 99만원이라는 절묘한 약가를 받아들었다.

같은 기간 1092만원의 약가에 본인부담금 약 328만원, 한 달(4주)로는 109만원이 약가로 심리적 저항선들을 살짝 넘어선 제파티어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는 다소 여유가 있지만,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되는 C형간염의 질병부담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프레임 전쟁의 종말, 범유전형 단일정 복합제
결국 핵심은 복약 편의성과 완치율 사이의 무게중심이다. 12주간 보다 편리한 복약방법과 이를 통해 정해진 복약스케줄을 온전히 지켜낼 가능성이 3~4%의 완치율과 맞바꿀 만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상훈 교수(사진)는 “물 반 컵을 두고 ‘물이 반 컵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물이 반 컵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3%의 차이가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혹은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가 될 수있다고 생각하면 적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안 교수는 “완치율의 차이와 복약편의성의 가치에 대한 판단은 의료진 뿐 아니라 환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약제를 선택하는 과정에 환자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복약스케줄이 실제 치료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리얼라이프 데이터를 통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도 얼마 안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게 안상훈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미 유전자형과 무관한게 1일 1정으로 100%의 완치율을 나타내는 치료제들이 허가를 받았거나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1~년 후면 이러한 논란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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