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방약 시장을 평정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 이하 TDF)가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비리어드를 긴장케하고 있는 새로운 얼굴은 같은 집안 식구 베믈리디(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레이트, 이하 TAF)다.
B형 간염환자들의 고령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비리어드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신독성과 골다공증에 대한 우려를 걷어낸 베믈리디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선발주자였던 비리어드가 출시 전부터 워낙 주목을 받으며 국내 출시 6년여 만에 처방약 시장 1위로 올라선 터라 베믈리디도 수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비리어드 출시 당시 B형 간염치료에 있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던 단점들을 이제와 다시 들추는 것에 대한 지적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비리어드의 특허 만료를 목전에 둔 묘한 시기에 개량신약과도 같은 베믈리디를 내놓은 것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24일, 길리어드가 베믈리디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러한 논란들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베믈리디 개발을 주도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연구개발 부문 윌리엄 리 부사장이 직접 참석, TAF에 대한 길리어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베믈리디는 테노포비르 타깃 전구약물(Novel targeted prodrug) 로 만성 B형간염 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비리어드 보다 혈장 내 테노포비르 농도를 89% 감소시켜 약물전신노출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혈장 내에서 빠르게 녹는 TDF와 달리 TAF는 혈장내에서 잘 녹지 않아서 상대적은 용량으로도 테노포비르가 작동해야 할 세포에 잘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혈장내에서 테노포비르가 녹아 전신에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신독성이나 골밀도 감소 등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와의 직접비교임상에서 48주차에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수치가 29 IU/mL 이하로 나타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비율을 지표로 평가한 결과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나아가 ALT 수치가 정상치로 회복된 환자의 비율은 베믈리디 복용군이 대조군 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48주의 임상시험 기간 동안 내성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베믈리디를 복용한 환자들은 비리어드 대조군에 비해 48주차에 사구체여과율 추정치(eGFRCG)와 혈청 크레아티닌(sCr)의 변화가 유의하게 적었다.
또한 기저선 대비 척추 및 고관절 골밀도(BMD) 감소율도 비리어드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
윌리엄 부사장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근거로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에 비열등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기간 안전성을 높인 최신 약물”이라고 내세웠다.
나아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상훈 교수는 “이미 글로벌 유럽간학회에서는 신장질환이나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는 60세 이상 B형간염 환자에게는 베믈리디를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역시 5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신장질환이나 골다공증에 대한 부담이 적은 베믈리디가 보다 나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비리어드 출시 당시 신장질환이나 골다공증 우려에 대한 지적이 있었을 당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었던 만큼 베믈리디 출시로 달라진 주장에는 의문이 생긴다.
사측 역시 임상에서 나타난 사구체여과율 추정나 혈청 크레아티닌의 변화, 골밀도 감소율 등의 차이가 약제를 반드시 바꿔야 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비리어드 역시 신장질환이나 골다공증의 위험이 임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와 관련, 안상훈 교수는 “통계적으로 볼 때 비리어드와 베믈리디의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드물지만 일부 환자에서 이러한 것들이 크게 작용해 판코니 신드롬까지 가거나 골다공증이 심해질 수 있는 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부작용이 한 명에게서만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한 명이 본인일 수 있다”며 “한 명의 환자라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제 막 허가를 획득한 베믈리디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며 오랜기간 안전성이 입증된 비리어드보다 ‘장기적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주장에도 물음표가 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일단 “리얼라이프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실제 여러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와 완전히 다른 약이 아니라 성분이 같은, 비리어드를 개선한 약으로, 비리어드의 오랜 경험을 그대로 반영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리어드와의 직접비교 임상이 평균 40대의 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고령의 환자들에게 베믈리디를 권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의학부 반준우 전무는 “신장질환이나 골밀도 감소에 대한 우려는 테노포비르가 혈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컨센서스였다”면서 “TAF는 혈장내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신장질환이나 골다공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고령환자에서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반영해 고령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리어드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이를 개선한 새로운 치료제를 내놓은 것은 에버그린 전략과 무관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사측 관계자는 “베믈리디의 허가는 글로벌 임상이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임상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추어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이 같은 지적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