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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가 5년 공들인 '사과문' 고작 'A4' 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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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가 5년 공들인 '사과문' 고작 'A4' 두장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6.05.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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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면피용 성토...머리숙일 동선까지 준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과 사과를 드리겠다. 제게 사과를 드릴 시간을 허락해 달라”
                                                                                - 옥시 레킷벤키져

“우리 아이에게 당신(유가족)이 죽인 게 아니라 내가(옥시) 죽인 것이라 말해 달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 피해자들이 아닌 기자들을 불러모아 사과하겠다고 나선 옥시측을 성토하는 유가족.

옥시 레킷벤키저(한국법인 대표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을 향해 5년 만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머리를 숙일 위치와 횟수까지 미리 설명하며 마련한 기자회견은 검찰수사의 칼끝이 목전에 다가오자 ‘면피용’으로 선택한 연극이라는 힐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간 언론 대응도 거부해오던 옥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기까지 5년이나 걸린 이유로 밝힌 ‘완벽하고 충분한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자사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폐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만 앞세워, 과실관계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5년간 영국까지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던 유가족들이 아닌 기자들을 향해 “사과를 전할 시간을 허락해 달라”는 이들의 호소는 번지수가 잘못됐다.

옥시 레킷벤키저 한국법인의 아타 울라시드 샤프달 대표는 2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자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한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사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모든 분들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을 위해 정부에서 정한 1, 2등급 피해자 중 자사 제품 사용자들에게는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을 7월까지 구성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1, 2 등급 외 피해자들은 정부에 두 차례 출연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을 활용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으신 다수의 소비자들도 공평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업계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생각하며, 다른 제조, 판매사들이 동참해 주기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간 옥시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조작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어떠한 잘못된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 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만일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각적이고 신속한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옥시 레킷벤키저 코리아가 머리를 숙이고 있다. 그가 머리를 숙인 위치는 기자 회견 이전 사측 관계자가 전달한 그 자리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아닌 기자들을 불러모아 사과하겠다며 동선까지 짜는 모습을 본 피해자들이 샤프달 대표를 둘러싸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됐다.

이들은 피해 당사자들이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이유와, 기자회견 개최에 대해 피해자들에게는 미리 고지하지 않은 이유, 영국 본사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인지 등을 물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샤프달 대표는 “영국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모든 것을 다 해드리고, 모든 보상을 완료하기 전 까지는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피해자 그룹들에게 먼저 두 차례에 걸쳐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사과의 말을 끝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기자회견 후 면담의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해 중단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논란이 불거진 후 5년이 지나서야 사과에 나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샤프달 대표는 “충분하고 완벽한 보상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더군다나 지난 5년간 준비했다는 사과문과 보상안은 A4 두 장에 불과했고, 그나마 구체적 내용은 “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현재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저희도 조사결과를 알고 싶다”면서 “회사가 유해한 물질인 줄 알았다면 고의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발을 뺐다.

이후 옥시측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현장에 참석한 피해자들을 다른 자리로 불러 면담을 시도했다.

▲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자식을 잃은 슬픔을 전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고 있는 유가족.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한 유가족은 단상으로 올라와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당신이 아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죽인 것이라는 말”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5년간 사과를 요구해 온 피해자들은 외면하고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전달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옥시가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으며,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때에 오히려 직원들은 해외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옥시의 자진 철수와 퇴출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와 국회의 징벌적 손해배상법 및 기업 살인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의 발언을 곁에서 들은 샤프달 대표는 대외협력부 직원과 함께 자리를 뜨며 다른 장소에서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장에 남은 유가족들에 따르면, 옥시 측은 오후 2시 면담을 예고하고 자리를 떳다.

다음은 옥시 레킷벤키져 코리아 샤프달 대표의 기자회견문 전문.

기자회견문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으신 모든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 분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 드립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점, 또한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또한 그 동안 저희 회사에 신뢰를 보내주신 소비자 분들, 고객사, 전현직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당사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모든 분들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사는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 우선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으신 피해자 분들 가운데 저희 제품을 사용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여기에 더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 받으신 다른 분들을 위해서는 저희의 인도적 기금이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보상계획안

보상계획안은 질병관리본부 및 환경부로부터 1, 2등급 판정을 받으신 피해자 분들 가운데 저희 제품을 사용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자 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추가 피해조사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피해자 분들에 대한 보상이 신속히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희는 모든 피해자 분들을 위한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습니다.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으신 분들 중 자사 제품을 사용하신 분들께 보상 계획과 지원 내용, 그리고 신청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피해자 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최종안은 피해자 분들과 협의하여 마련하겠습니다.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으신 다수의 소비자들도 공평하게 지원받으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관련업계 차원에서 이러한 피해자 분들께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해주시기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인도적 기금

위의 보상계획안에 더하여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믿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사는 이 분들을 위해 2014년에 출연한 50억 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2016년 4월 20일에 발표한 바와 같이 추가로 출연할 계획인 50억 원 등 모두 100억 원의 기금이 잘 쓰여지도록 피해자 분들과 함께 긴밀히 협의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희는 당사와 관련해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 모든 의혹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있으며, 옥시레킷벤키저는 그 어떠한 잘못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당사에는 모든 임직원이 엄격히 준수하여야 할 기업 행동강령이 있습니다. 이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각적이고 신속한 시정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습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제품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여 어떤 잠재적 문제라도 사전에 인지하고 바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겠습니다. 당사는 앞으로 대한민국 소비자 여러분의 믿음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저희의 어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분들의 고통과 아픔을 완전히 덜어드릴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기간 큰 고통을 겪으신 모든 분들을 위해 이번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
아타 사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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