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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에 카운터 '펀치'를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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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에 카운터 '펀치'를 날려라
  • 의약뉴스
  • 승인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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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1.약국자정 운동 이것부터 해결하자.) 약사 자정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각 지역 분회를 시발로 시작된 정화운동이 지방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성북구 등 거의 모든 분회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기치아래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정화하자'는 말은 혼탁하다는 말의 다른 이름인데 이번 기회가 그동안 수십년 관행으로 이어져온 약국내 불법을 청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의약뉴스는 6월 창간 2주년을 맞아 특집으로 '약국자정 운동 이것부터 해결하자'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그 첫번째는 2만여 거의 모든 약국에 해당될 약국 카운터 문제다.( 편집자 주)

약국 카운터 앞에 말숙한 차림의 한 남자가 서성인다. 일반인은 모르지만 약국사정을 잘 하는 관계자가 보면 척하고 카운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약국 카운터 앞에 있다고 해서 카운터로 이름 붙여진 이 남자는 일본말 '다이'에 붙었다고 해서 일명 '다이맨'으로도 불린다.

카운터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약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하지만 그는 라이센스가 없는 무자격자다. 한마디로 약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약사가 아닌 자는 약국에서 약을 팔거나 복약지도를 하거나 조제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카운터는 이 모든 것을 한다. 그는 환자의 모양, 심리상태, 행동 등을 순식간에 파악한뒤 그에 맞게 능수능란한 솜씨로 환자에게 한 보따리 약을 떠 앉긴다. 유명제품을 싼 가격에 유인한뒤 이름모를 일반약에 왕창 바가지를 씌운다.

핸섬한 얼굴에 환한 미소로 뒤돌아 서는 환자에게 드링크도 한병 선사한다. 그가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단골환자만도 줄잡아 100여명은 넘는다. 20년이상 약국에서 잔뼈가 굵었으니 어떤 제약사에서 어떤 약이 나오고 성분은 뭐고 경쟁품은 어떤 것이 있으며 약효는 무엇인지를 막힘없이 줄줄이 꽨다.

왠만한 약사들은 그의 상술에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약사들은 불법행위를 눈감아 줄 수 밖에 없다. 카운터는 월급도 받지만 월급이외에 판매수당도 받는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약을 팔아야 한다.

일부 카운터는 월급이 수백만원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약국은 카운터 세상이다. 하지만 카원터가 두려워 하는 것도 있다. 바로 단속반이다. 단속반이 뜨면 귀신같이 자리를 옮긴다.

분업전에는 이런 카운터들이 종로통이나 영등포 시장통 등 소위 대형약국에 많게는 4-5명 씩 상주 해 있었다. 분업 후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카운터는 살아있다. 집안에 약사가 한 명 있으면 모든 식구가 약사라는 말이 있다.

약사 남편도 약사 자녀도 약사 부모도 모두 나와 약을 팔고 상담을 한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오는 한 대목이 아니고 엄연한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회 관계자는 " 카운터가 있는 한 약사들은 영원한 죄인이다" 고 말하고 " 의사들이 아무리 불법 행위를 해도 말못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고 한숨을 쉬었다.

비약사 의약품 판매 조제로 적발되는 약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디오로 찍거나 녹음하거나 카메나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을 준비한 후 대한약사회 마크가 없는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 아스피린 한 알을 달라고 하고 이를 녹음한 후 관계 기관에 제시하면 약국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혹은 영세하기 때문에 카운터가 필요해 썼지만 적발되면 두 세달 번 돈을 벌금으로 한꺼번에 다 내야 한다. 상술에 능한 카운터만 카운터가 아니다. 이처럼 약국에 있는 약사가족 모두가 카운터인 것이다.

약사 자정운동으로 과연 카운터를 없앨 수 있을까.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낙담만 할 필요도 없다. 카운터를 대신할 약국종업원을 합법적으로 만들어 고용하면 된다. 약사 책임하에 일반약을 팔 수 있고 약국내 청소나 전산작업 등을 도와 줄 수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대한약사회나 서울시약에서 이런 작업을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라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카운터를 대체할 종업원제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약사회 관계자는 "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카운터" 라고 말문을 연뒤 " 카운터를 없애는 약사회장이 있다면 그는 약사회 5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을 한 인물" 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카운터 추방운동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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