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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쇼몽(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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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쇼몽(1950)
  • 의약뉴스
  • 승인 2012.10.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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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속이는 것이 사람이다. 애초 사람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전제는 옳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을 보면 ‘사람의 말’은 진실보다는 거짓과 친하다.

하지만 진실에 대한 희망은 여전하다. 비가 말 그대로 억수같이 쏟아 붓는다. 부서진 2층 절집은 화제로 인한 것인지 불분명 하다. 두 명의 남자가 비 맞은 중처럼 중얼 거린다.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알 수 없음으로 인해 두려움마저 느낀다.

비를 피해 한 명이 합류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재판정이다. 판관이나 재판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잡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법의 위엄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거짓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주장한다.

 

때는 기근과 도적떼가 창궐하는 11세기 무렵 일본 헤이안 시대. 해가 갈수록 재앙은 쌓이고 버러지처럼 죽어가는 사람들 천지다.

첫 번째 거짓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숲길이다. 햇빛은 번쩍 울창한 나무를 위에서 아래로 감싼다. 말을 타고 갓을 쓰고 가는 여인과 고삐를 잡고 긴 칼을 찬 남자. 이들은 부부다. 바람이 살랑 불며 여인의 얼굴이 살짝 드러난다.

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그래서 섹시한 얼굴이 드러나지만 않았어도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 놈의 바람이 문제다. 바람에 드러난 미모가 제법이다. 산적 타조마루(미후네 도시로)는 그 모습을 보고 군침을 삼킨다.

피보지 않고 범하면 좋지만 결국 피를 보고야 만다. 처음에 저항하던 여자도 산적에게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산적은 남편과 정정당당히 겨뤄 그를 죽인다.

하지만 부인 마사코(교 마치코)는 다른 증언을 한다. 남편이 묶여 있고 그 사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겁탈을 당한다. 그 후 남편의 표정을 보니 싸늘하다. 여인은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이 밉다.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당한 일인데 마치 갈보 같은 행동을 한 것처럼 시선이 혐오스럽다.

남편의 잔인한 행동에 정신이 몽롱해 진 여자는 단도로 찔러 죽인다. 여자의 증언이다. 남자가 죽인 것이 아니라 남편을 죽인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아내는 죽기 위해 물가에 뛰어 들기도 했으나 죽지 못했다. 가련하고 의지할 곳 없는 여인은 어쩌면 좋으냐고 흐느껴 운다.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비를 피해 있는 스님과 사내는 사람은 다 거짓말을 한다,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인간에 대해 한탄한다.

다음은 죽은 남편(타케히로)이 증언한다. 이 남자는 죽었으므로 무당의 입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 죽었다고 말한다. 죽은 자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라고. 그러나 죽은 자 까지 거짓말을 한다. 무당은 남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겁탈당하는 여자는 적극적으로 반항 하기는 커녕 거기에 호응하면서 일이 끝난 후에는 달래는 도적놈에게 같이 살자고, 평생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표정으로 애걸한다.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달라고 사정하면서 묶여 있는 남편을 죽이라고 말한다.

도적은 이런 여자가 가증스럽다. 여자는 도적의 진심을 알고 도망치고 홀로 남겨진 남자는 자결한다. 이들의 거짓은 모두 진실인 것처럼 보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정말 유리한지도 모른다. 모두 죽이지 않았다가 아니라 죽였다 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참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네 번째는 숲에서 숨어서 본 나무꾼(시무라 다카시) 이다. 그 역시 범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네 명 모두 진실과는 거리가 먼 진술을 한다.

사람이 사람을 못믿는 세상은 이승이지만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절망의 상황에서 영화는 희망의 반전을 노래한다.  비는 어느새 가늘어져 있다.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는 말이다.

국가: 일본
감독:구로사와 아키라
출연:미후네 도시로, 교 마치코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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