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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약 '박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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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약 '박한일'
  • 의약뉴스
  • 승인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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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40매) 박한일 전 서울시약사회장은 41년생이다. 우리나이로 63세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이제 은퇴할 나이도 됐다. 경제적 여유도 있고 마음 편하게 일생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제 33대 대한약사회장에 출마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먼저 63세의 나이가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질문과 답변은 오후 2시를 넘겼다. 3시간 넘게 인터뷰를 한 셈이다.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인터뷰 한 적이 없었다" 며 이 기회를 통해 약사회원들에게 '인간 박한일'의 진면목이 전해지기를 기대했다. 독자편의를 위해 일문일답식으로 기사작성을 했다.

-63세의 나이가 부담되지 않는가.

"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19세 청년이다. 체력도 마찬가지다. 새벽 5섯시에 일어나 오후 10시 취침까지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테니스 등산 등을 통해 체력관리를 해왔다.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을 자신한다. (박 전회장은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한 핸디캡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약회장이라는 자리는 건강한 육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육체만 젊고 정신은 노인보다도 못한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나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다, 그래서 출마한다는 것인가.

" 그런 셈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정신까지 올바른 사람은 많지 않다. 약사회원들에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돌려주고 싶다. 지금 약사회는 침체에 빠져있다. 활기가 없다. 개국회원들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눈과 귀를 막고 모른 척 한다.

대약회장은 회원들이 요구하기 전에 가려운 곳을 미리 긁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현 집행부는 그런 것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할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 대한약사회가 제 역할에 부족했다는 말로 들린다.

" 물론이다. 내가 출마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결정하게 된 것도 다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후배들이 회원을 편하게 대했다면 내가 나설 이유가 없다. 점수를 준다면 50점 이하다.

어떻게 후배를 믿을 수 있나. 젊은 사람이 열심히 회무에 임했다면 출마할 이유가 없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50점 짜리 회장이 다시 회무를 볼 것이고 회원들은 지금 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확신이 섰다."

-어떤 점이 가장 잘못한 부분인가.

" 회무를 하다 보면 고비가 오게 된다. 그 고비를 잘 넘겨야 되는데 고비마다 고개를 숙인다. 분업 문제만 해도 완전의약분업을 쟁취하지 못했다. 누더기 의약분업으로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약사회원들이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당연히 현 집행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출마 하겠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집행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후보들에게 기대할 것이 과연 있는가. 회원들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주사제 나간 것만 해도 그렇다.
막지 못하면 최소한 투쟁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당시 지금 출마 하려는 후보들에게 '왜 주사제를 막지 못했느냐, 왜 투쟁하지 않느냐'고 다그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후보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회장님이라도 별 수 있었겠어요? 참으로 한심스런 말이었다. 회장님이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이런 질문을 되풀이 해댔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사제가 넘어가서가 아니다.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들, 집행부의 핵심 인사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니 주사제를 뻿긴 것은 당연하다는 그런 한심스러움 때문이었다."

- 당시 대약 회장이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었나. (기자는 박 전회장에게서 대약 집행부가 물었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

" 일차적으로 주사제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불가항력으로 주사제가 넘어 갔다면 나는 죽음을 각오한 단식투쟁으로 왜곡된 분업의 문제점을 전 국민에게 알렸을 것이다.

내가 죽어 약사회원이 편하고 전 국민이 편하다면 그 것으로 내 소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굶는 것이 두려워 혹은 죽음이 무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약사회를 맡길 수는 없다.

어떤 후보는 내가 의약분업을 다 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는데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치욕'이 될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은 5만 약사의 수장이 결코 될 수 없다. 돼서도 안된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분업으로 오히려 약사직능이 훼손됐다는 의미인가.

" 훼손이 됐어도 한참 됐다. 분업은 직능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말이다. 말은 강제분업이나 실제로는 임의분업이다. 가장 실패한 분업인 일본식 분업을 따라가고 있다.

이렇게 가면 오티씨는 슈퍼로 넘어가고 약국수가는 계속 하락해 약사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오티씨의 슈퍼판매가 아니라 1차 항생제를 약국에서 팔 수 있어야 한다. 의약품재분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급한 환자에게 하루 분 항생제를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없다.

주사제를 뻿겼을 때 항생제를 가져왔어야 했다. 하나를 주면 다른 하나를 얻어와야 하는데 약사회는 전부를 내주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현 집행부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분업의 완수니 하면서 집행부 인사들이 출마하려고 한다니 말이 안나온다. 일본에서 분업 할 당시 의사들이 죽어 나갔다. 10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약사회가 놓쳤다. 그래 놓고도 분업의 완수니 하고 다닌다. "

-회장에 당선되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 뻿긴 주사제를 찾아오는 일, 일차 항생제를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일, 조제 수가를 올리는 일, 오티씨 슈퍼판매를 막는 일 등 정말 욕심내서 할 일들이 많다.

이 일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나서는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 할 욕심도 의욕도 없으면서 단순히 현 집행부에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출마를 하는 것은 회원 모독이며 죄악이다.

덧붙이면 지금 개국가는 마치 범죄집단의 소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검찰 복지부 식약청 분업 감시단 등 5-6개 기관이 상시 약국을 감시한다. 약사가 죄인인가. 약사감시권을 약사회가 갖도록 하겠다. 약사회가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처분도 약사회가 내리도록 자율 감시권을 획득하겠다.

나는 할 수 있다. 30여년 간 회무를 하면서 한다고 한일은 거의 다 했다. 그것은 나와 같이 회무를 한 사람들이 증명한다."

-이런 일들은 엄청나게 어렵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달라.

"첫째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며 둘째는 몸을 고달프게 하는 행동이다. 자기 몸을 편하게 하려는 사람은 회장이 돼서는 안된다. 말로만 그럴싸 하고 앞서서 행동하지 못한다면 의정 관계에서 결코 승자가 될 수 없다.

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약사주권을 찾아 내겠다. 지금까지 쌓아온 정계 관계 등 수많은 요로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이해시키겠다. 그래도 안되면 나는 행동이다. 늙은 내가 행동한다면 젊은 일꾼들도 동참하고 약사회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것이다. 하나인 약사회가 못 이룰 일이 있는가. 지방과 지방, 지방과 중앙이 하나가 되도록 하겠다. "

- 하나가 된다는 말은 좋은 것 같다.

" 유권자 분석을 보면 50세 이상이 45% 이하가 55%로 나와 있다. 만약 50대가 대약 회장이 되면 반쪽 짜리 회장이 될 것이다. 50대 이상은 회무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고 지지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50대 이후인 내가 당선되면 50대는 물론 그 이전의 세대까지 하나로 묶을 수 있다. 하나된 약사회를 위해서도 나의 당선은 필연적이어야 한다."

- 회장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 나이가 아무래도 걸린다. 젊은 바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난다. 바람이 멈추고 나면 남는 것은 쓸려간 흔적 뿐이다. 회원들이 회무는 나이가 아니라 열정이며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한다."

- 성대 후배인 전영구 현 시약회장도 걸림돌 아닌가.

" 부인할 수 없다. 전회장이 불출마하면 나에게는 큰 득이다. 그는 다음기회도 있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동문회 차원에서 어떤 결정이 없다면 후배와도 정면 승부하겠다. 전 회장은 말귀를 알아 듣는 사람이니 약사회를 위해 몸바칠 선배에게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 정치 인맥이 많은 박 회장이 정치 야망이 있는 전 회장을 송파구 공천을 받도록 밀고 전 회장이 이를 받는 빅딜 계획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 그런 의견을 주변에서 낸다. 하지만 약사회장이 되기 위해 협잡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제의라면 사양하겠다."

- 전영구 문재빈 원희목 등 거론되는 후보들에 대한 평을 부탁한다.

" 나름대로 장점이 있고 훌룡한 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 집행부에 있으면서 주사제가 넘어가는 것을 방치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선거는 이런 회무 실정에 대한 평가성격이 짙다. 현 집행부는 싹 물갈이 하겠다. 잘못하고도 잘한 것처럼 선전하고 다니고 회원들의 준엄한 심판도 받지 않았다. 이 분들은 회원들의 가슴이 타는 것은 모르고 나 잘한 것만 선전하고 다닌다. 현 집행부가 이번 선거에 총 출동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새로운 팀이 새롭게 분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

-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몸담았는데 정치성향 때문인가.

"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당시 약사회 집행부는 한나라와는 대화가 안된다고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선 것이다. 분업에 대해 약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 시키려 했다. 약사회를 위해 살신성인 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을 뿐이다.

약사회 원로 한 분은 한나라와는 전혀 끈이 없어 만약 한나라가 정권을 잡으면 약사들이 다 죽는다면서 약사회와 한나라가 적어도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약사회 정서와는 맞지 않았지만 나중을 위해 한나라에 잠시 활동을 했었고 그것이 지금도 큰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동생이 서울시 의사회장인데 괜찮나.

" 동생의 길이 있고 형의 길이 있다. 전에는 화목했으나 의약분업 후 다툼이 잦아 한동안 대화가 중단된 적도 있다. 논리 싸움에서 동생은 나에게 진다. 그러니 말도 안한다. 동생이 의사회장인 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나 나는 약사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

-30년 회무중 기억나는 일은 없나.

" 왜 없겠나. 하도 일을 많이 해서 딱 꼬집어서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 하나 대라면 시약회장 당시 분업과 관련, 국제 세미나를 연 것이다. 당시 모 약대 교수는 회고록을 한 번 써보라고 할 정도 였다. 그러나 나는 일한 것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 회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인데 그것을 치적인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 것은 내 체질이 아니다. "

-누가 제일 강적이라고 생각하나.

" 아무래도 젊은 원희목 부회장이다. 서울대학 후배 동문 선배들이 오래 전부터 당선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원희목 부회장은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약회장이 돼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그는 현 집행부의 부회장으로 의약분업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으면서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한약사회장 부회장으로 일한 것을 가지고 의약분업을 혼자 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단순히 부회장 '업무일지'를 적어 놓은 것을 책으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말은 할 수 있으나 행동은 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은 참모역할 정도면 괜찮을 수 있으나 대한약사회장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나는 그가 가장 큰 강적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열세를 인정해 혹은 다른 이유로 중도 포기할 생각은 없나.( 참고로 박 전 서울시약 회장은 직전 대약회장 선거가 열렸던 2001년 2월 28일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현 한석원 회장, 권태섭 씨 등과 3파전을 벌였다. 1차 투표 결과 한석원 회장이 228명의 대의원 가운데 115명의 지지를 얻어 박 전 회장보다 13표가 많았다.

한편 투표직전 33대 후보출마자 중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중재했다. 그는 단 한표라도 많이 나온 후보에게 대약회장을 양보한다는 약속을 하게 했고 두 후보는 수락했다. 대의원 과반수가 부족해 2차 투표까지 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박 전회장은 약속한 사항이었으므로 2차투표를 포기했고 한석원 회장이 당선됐다.

문서로 남긴 것도 아니었고 증인도 한 사람 뿐이어서 박 전 회장은 약속 자체를 부인하고 2차 투표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지만 당시 2차 투표까지 갔다면 박 전회장의 당선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아쉬움은 컸다.)

"당연히 끝까지 간다. 마지막이라고 배수진을 쳤는데 무엇이 두렵고 겁나겠는가. 후회없는 한판 승부를 하고 싶다. 2만8,000여명이 투표한다고 보고 1만표를 얻으면 당선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을 획득해 반드시 대약회장에 당선되고 싶다."

-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

" 장점은 투쟁성이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행동하지 못하는 양심을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투쟁성을 키웠다. 여기에 추진력과 끈질김이 더해졌다. 박한일은 끈질긴 사람이다. 추진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나이가 많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경륜 혹은 노련함이라는 이름으로 커버할 생각이다."

박 전회장의 가족은 7남매다. 그 중 박 전회장이 장남이다. 셋째가 박한성 서울시의사회 회장이고 막내 여동생이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친은 초대 배화여전 학장을 지냈다. 그는 중재자 역할 혹은 단호함, 투쟁정신 등을 부친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우편투표의 부정만 없다면 당선을 확신한다는 성대 약대 '거목' 박한일 전 서울시약 회장이 제 33대 대약회장으로 회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이래저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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