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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응급피임약, 전문의 처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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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응급피임약, 전문의 처방 필요”
  • 의약뉴스 신형주 기자
  • 승인 2011.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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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막을 수 없어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용원)는 최근 병원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응급피임약 여성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약국 판매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과 달리 고용량의 호르몬이 함유,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어 꼭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이 필수적인데, 전문의 상담 없이 약국에서 임의로 구매하는 것은 여성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일반적인 피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응급피임약은 제품설명서에 명기된 바와 같이 ‘무방비한 성교 또는 피임 방법의 실패로 인한 경우’에 사용할 것과, ‘응급피임제로써 한시적 요법으로 이용돼야 하며, 일반적인 피임 방법을 대신해 사용하지 말 것’이 권고되는 의약품이라는 것. 

비상 시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피임법으로 일반 먹는 피임약의 열 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이 함유돼 있고 부작용도 많아 전문의와의 상담과 이에 따른 처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학회는 "응급피임약은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한다"며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다섯 명 중 한 명은 구토 증세를, 두 명 중 한 명은 메스꺼움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피임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체내 호르몬 농도가 높아져 여성의 생리주기에 심각한 장애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응급피임약은 수정란이 이미 착상된 이후의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효과를 가지지 못하며 임신을 한 여성이 복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기 시 되는 의약품이다.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여성이 ‘낙태’의 효과를 기대하고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게 되면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학회는 여성의 잘못된 피임 행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먹는 피임약 복용률은 작년 기준 2.8%에 불과한데 반해, 응급피임약의 복용률은 그 두 배 정도인 5.6%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이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계획 임신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오히려 올바른 피임 문화를 정착하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판매 되고 있는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2000년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한 인공임신중절률 감소 효과는 거의 없었으며, 단지 응급피임약의 판매량만 30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미국, 호주 등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임신중절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올바른 피임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응급피임약은 피임 실패율이 작게는 5%, 크게는 42%에까지 달한다.

학회는 "일반인이 무분별하게 응급피임약을 구입,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인공임신중절률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응급피임약이 일반적인 피임법으로 잘못 사용될 경우 성전파성 질환이나 골반염 등의 발생이 증가하고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해질 것이며 이로 인한 여성 건강 악화와 함께 불임 여성 증가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응급피임약 복용에 대한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는 필수적이다고 피력했다.

학회는 "응급피임약을 한 번 복용한 여성은 이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복용하는 경향이 높다"며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러한 여성에서 상담과 문진을 통해 이러한 무분별한 응급피임약 복용을 줄이고 향후 여성이 보다 계획적인 피임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담 및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급피임약 복용 이후 여성이 스스로 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확률이 높은 것도 문제"라며 "응급피임약 복용 여성 열 명 중 세 명은 부정출혈을 경험하는데, 많은 여성들이 이를 생리로 오인해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피임 실패에 따른 임신 가능성이나 자궁외임신 등의 문제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만 한다"며 "응급피임약은 응급시에 1회에 한해서 처방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두통약, 감기약과는 다르며 여성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전문의의 문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문제는 응급피임약 처방과 구입의 완화가 아닌 올바른 피임 문화의 정착"이라며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에 당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확실한 사전 피임법을 사용하는 문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응급피임약은 현재 산부인과뿐 아니라 내과, 가정의학과 및 종합병원 응급실 등에서 24시간 처방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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