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사 권익 위해 헌신'

의약뉴스가 '좋은의사 좋은약사' 코너에 소개하기 위해 몇 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자신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약사들이 많다"며 사양할 만큼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약사로 추천할 만한 이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이다.
박약사는 대구 계성고 출신으로 78년 서울대약대에 입학했다. 몸이 불편한 그는 고교시절 부터 신약으로 인간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자신이 가야할 길로 여겨 약대에 진학했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던중 은사가 약제부 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약제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근무중에도 학업을 계속해 84년 석사 90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도 그는 외국 원서를 직접 읽으면서 우리보다 조금이라도 앞선 학문이 있으면 이를 소개하고 알리는 일에 신경 쓰고 있다.)
처음 시작한 그 일이 어느덧 20년을 넘고 있다.
이제 약제 업무에 관한한 왕고참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왕고참은 아니고 서열 5섯 번째 쯤 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약제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분야다. 약사하면 약국에 있는 약사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약사가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활동하는 예는 많다. 병원약사도 그 중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병원약사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한 조제와 투약이 기본업무다. 또 그약이 제대로 투약되고 있는지 복약지도를 한다. 환자 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약 용량 결정 등 약물동력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약 구매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약의 재고 등을 파악하고 부족한 약은 발주한다. 제약회사가 수익이 안된다는 이유로 공급을 꺼리는 병원제제를 만들기도 한다. 환자치료에는 필요하지만 외부로부터 공급이 안되는 이런 약을 무려 150여종이나 만든다.
병원약사가 병원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의사나 간호사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약사에 대한 처우나 인식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약제부에는 시간제약사 까지 포함해 모두 74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원도 점차 줄어 들고 있다. 강제해고는 아니지만 좀더 환경이 좋은 곳으로 약사들이 이동하고 이런 자연감소분에 대한 충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후에는 약사들이 입원환자들에 대한 임상약학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의사나 간호사만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직접 병실을 찾아가 약이 제대로 투약되고 있는지 그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효과 등에 대한 자세한 복약지도로 패턴의 변화를 모색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구니 없게도 인력감축으로 이어졌다. 박약사는 "약사인력의 절대감소는 약제 서비스 부재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잆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병원약사 인원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의 인력이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서울대병원은 약사 최소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의 경우 병원약사의 수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제약사 까지 줄여 극히 일부지만 비약사 조제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분업전에는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처방된 약이 조금이라도 늦게 조제되면 환자나 가족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정부의 외래환자 서비스 평가기준에 투약대기 시간이 있었을 정도 였다. 그런데 그런 일이 분업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약사의 임무는 약을 신속하게 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조제하는 것이고 조제된 약을 환자가 제대로 복용할 수 있도록 투약 및 복약지도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제가 잘 못 됐을 경우 입을 피해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게 현실이고 보면 박약사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이 갔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그는 20년 째 꿋꿋이 병원지하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는 그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병원약사는 입원환자에 대한 약물요법 등으로 환자곁으로 다가서는 약사 본연의 임무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TDM,TPM(임상약제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박약사는 "병원약사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조제수가의 현실화도 한 방편"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현제 일반약을 조제할 경우 250원 주사약조제(항암제) 1,300원 고영양수액제(TPN)1,600으로 여기에는 약사의 행위에 대한 수가가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
박약사는 "우수 인력이 4년간 대학에서 배우고 나와 하는 일이 겨우 조제나 하는 것으로 국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거듭 강조하고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조제 업무 뿐만 아니라 복약지도 등이 강조돼야 하고 그에 따르는 수가도 적정하게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약사 실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의사나 정부, 국민들에게 진짜 실력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
병동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정말 그럴만한 실력이 약사들에게 있는지 냉철히 돌와봐야 한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의약정보실장을 거쳐 99년 부터 약무과장으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약사는 연애로 결혼한 숙대 약대출신 부인과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는 " 늦게 까지 병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으로서 미안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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