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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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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
  • 의약뉴스
  • 승인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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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국내 정신과 의사 중 뇌 영상학 분야에 있어서 단연 선두 주자다.

권 교수는 99년말 정신분열증 환자와 일반인의 뇌파를 측정, 뇌 신경회로의 고장으로 감각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분열병이 온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는 또 뇌의 편평측두엽에 문제가 있으면 정신분열병 환자에게서 언어 이상이 생긴다는 것도 밝혀냈다.

두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신과 학술지인 ‘일반정신의학지’에 각각 게재돼 호평을 받았다.

권 교수는 최근 3년간 강박증과 정신분열병 환자의 뇌를 양전자단층촬영(PET), 뇌 유발전위(ERP) 및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분석해 이와 관련된 논문 15편을 과학기술 논문색인(SCI)에 기록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권 교수는 84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96∼98년 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 시절 뇌의 각종 이상을 양전자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 분석하는 분야에 몰두했고 98년 귀국해서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국제신경정신약물학회, 미국신경과학학회, 대한정신약물학회, 대한뇌기능매핑학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권 교수는 그간의 업적을 인정 받아 최근 발간된 세계 최고 권위의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03년 판에 등재됐다.

마르퀴스 후즈 후 인명사전은 전세계에서 정치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매년 선정해 수록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정신과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 뇌과학 협동과정을 겸임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센터와 병원 PRM (Partner Relation Management)을 담당하고 있다.

- 정신분열증의 증세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누군가 말수가 갑자기 줄거나, 방에서만 지낸다든지, 또는 밤에 잠을 안자고 의자에 앉아 멍하니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등 평소와 행동이 바뀌면 일단 정신분열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환자는 과거의 자신과 다른 느낌이 든다고 주위에 얘기하곤 합니다.

정신분열증에는 환청, 망상 등 ‘양성 증상’과 남을 만나기 싫어하고 말이 없어지며 감정이 메마르는 ‘음성 증상’이 있습니다. 양성 증상 환자는 ‘정보기관이 나를 감시한다’, ‘우주인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하는데, 양성이 음성보다 치료가 쉬운 편입니다.”

-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이전에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 등을 원인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뇌의 병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유전적으로 정신분열증이 생기기 쉬운 사람이 태아기에 감염, 영양 부족, 외상 등으로 뇌에 미세한 발달 이상을 일으키고, 사춘기 이후 인지기능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때, 뇌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발병하게 되는 것이죠. 국내 인구 100명 중 1명은 정신분열증 환자입니다. ”

- 정신분열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무엇보다 조기 발견으로 뇌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올라자핀, 리스페리돈, 퀘티아핀 등의 치료제가 많이 처방되는데 부작용이 거의 없고 경과도 좋은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정신분열병 가족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기억력 집중력 등 인지(認知)기능을 테스트해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소량의 약을 복용시켜 예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 강박장애는 어떤 병이죠?

“불안장애의 일종입니다.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고 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행동을 되풀이합니다.

수시로 손을 씻거나 샤워하는 것, 문을 잠그고도 안심이 안돼 수시로 점검하는 것, 정리정돈이 안 돼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 등이 대표적 증세다.

최근 이 병이 안구 위 쪽에 있는 뇌의 안와전두엽(눈구멍이마엽)이 과잉 활성화되면 생긴다는 점을 밝혀졌습니다.”

- 강박장애에는 어떤 치료가 효과적입니까?

“프로작 졸로푸트 플루복사민 세로자트 등 약을 먹으면 환자의 70∼80%가 증세 완화 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달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므로 조급하게 약을 끊으면 안됩니다. 이와 함께 환자가 스스로 강박적 생각이 나도 손을 안씻거나 문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참는 ‘인지 행동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은 어느 정도 입니까?

“시대적인 상황이 정신질환의 유병율을 증가시키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는 늘 스트레스가 넘치는 강박적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느긋한 자세로 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개인은 일을 즐기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일 때문에 지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녀와 어울려 어린애같이 논다거나 편한 친구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각기 취향에 맞는 고유한 방법으로 억눌린 ‘이드(Id·본능)’을 풀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간혹 충격적인 살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살해한 학생은 충동적 성격장애로 보입니다. 성격장애는 자신은 고통을 느끼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정신 질환입니다. 여고생을 유인해 살인을 유도한 과외 선생 역시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로 보입니다.

청소년 사이에서 깡패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깡패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입니다. 이런 성격장애 환자가 우상이 되는 사회는 정신적으로 불건전한 사회입니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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