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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그 심오한 한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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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그 심오한 한글(?)의 미학
  • 의약뉴스 박주호 기자
  • 승인 2006.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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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행사인 ‘바이오 코리아 2006’이 개최돼 관련업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때마침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의 20여명이 넘는 대규모 연구개발 최고 경영진 그룹이 방한, 분위기를 돋웠다. 이에 이들이 풀어 놓을 얘기 보따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건 당연한 일.

화이자도 이에 맞춰(?) 복지부 장관과 식약청장 등이 참여하는 신약개발 관련 전략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같은 날 오전에는 주요 3대 방송국은 물론, 주요 일간지와 전문지 등 60여명이 넘는 제약 출입 기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행사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실감하는, 실망스런 자리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작 이날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향후 투자계획이나 한미 FTA 협상과 관련된 입장 등 듣고 싶은 언급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이후 일정을 이유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도 채 소화하지 못한 채 서둘러 자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최근 한국화이자의 광장동 공장의 철수를 결정하는 등 정작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질타를 받은 터여서, 이날 기자들의 궁금증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편이었다. 

이들이 이날 강조한 얘기라곤, 현재 화이자의 규모 및 투자현황 등 회사소개와, 한국화이자의 활동 내역 등에 대한 이미 업계 사람들은 모두 알만한 내용뿐이었다. 

나머지 정작 듣고 싶었던 얘기들은 두루뭉술한 단어들만을 사용해 “한국의 아시아 임상연구 허브 도약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느니, “향후 적절한 투자를 통해 투자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얼마’ 등 향후 투자계획 등을 알 수 있거나 추론할 수 있는 말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때 아멧 괵선 한국화이자 사장이 국내 임상연구센터 설립에 관심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재질문이 이어지자 죠셉 팩츠코 선임부회장이 서둘러 투자계획이 없다고 진화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설하고, 여기서 화이자측에 묻고 싶다. 국내 임상연구를 적극 지원한다면 언제, 어떻게, 얼마나 지원할 것이고, 투자를 늘리겠다면 어디에 얼마나 늘리겠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말이다. 

덧붙여 더 이상 “관심을 갖고 있다”, “적절한 투자를 하겠다”, “한국의 아시아 임상허브 도약을 지지한다”는 식의 의례적인 미사어구로 현혹하는 것은, 당신들이 가장 잘 사용하는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이날 오후 토론회의 주제발표에 나선 방영주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이 짧은 시간, IT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IT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 이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가능성을 볼 때 제약산업이 제2의 IT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것이 화이자 같은 회사가 빨리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말 화이자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우리나라의 아시아 임상허브로의 도약을 지지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내용을 공개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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