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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친일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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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친일 영화인
  • 의약뉴스
  • 승인 2006.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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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규 감독의 '집없는 천사' 중에서.

광복절은 진보와 보수, 세대를 떠나 기쁘게 맞이하고 일제시기를 되돌아 보게한다. 18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을 시작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과거청산의 중요과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바다 건너 그 원죄자였던 나라의 현직 이날 아침 ‘도둑같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강행했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일제는 1940년 1월 조선영화령을 공포했고, 그해 8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조선영화는 철저한 통제의 대상이 됐다. 당시 경무국 영화검열실의 이케다쿠니오(池田國雄)는 조선영화의 국민영화는 “내선일체, 황국신민으로서의 생활의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를 양성하는 영화”라고 못 박는다.

이제 조선영화는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를  한다는 내용, 또는 해야만 생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선전영화만 양산되게 된다.

일제의 영화 탄압 정책은 매우 악질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등록을 필한 영화인들에게만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도 기존의 제작회사와 배급회사를 하나로 통합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만 제작하고 상영하도록 했다.

기획심의위원회라는 것을 두어 이곳에서 통과한 시나리오만 영화화가 가능했다. 통과 기준은 자신들이 정한 황국신민화와 대동아전쟁동원 이데올로기였다. 

해방 이후, 친일영화를 만들었던 이들은 대부분 일제의 탄압 때문에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영화인들 가운데 일제의 정책에 반대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등록을 하지 않아 감옥에 간 사람도 없고,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경우도 극히 드물다. 많은 영화인들은 통제를 그대로 따랐다.

1930년대가 되면 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락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1935년에 무성영화가 토키 영화로 변화하면서 산업환경의 변화가 생긴다. 제작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조선 내에서만 상영해서는 수입을 올리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이때 젊은 제작자들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산업화를 외치게 된다. 산업화논리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조선영화의 기업화였다. 조선영화의 기업화란 거대 자본의 화사가 설립되어 촬영소를 짓고 배우를 전속으로 계약하며 시나리오 작가를 따로 두는 등의 전문화된 영화 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말한다. 신체제를 옹호한 영화인들은 대부분 이런 기업화를 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영화령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대부분의 조선영화인들은 이에 찬성했다. 조선의 자본으로는 도저히 기업화를 이룰 수 없는데, 조선영화령이 시행되어 모든 제작사가 하나로 통합되고 배급사가 하나로 통합되면(그래서 배급 수익을 제작회사로 다시 환원하면), 일본처럼 거대 규모의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영화인도 전속제로 계약해서 안정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영화인들은 “화가가 화실에서 여자의 나체나 꽃을 그리는 것보다는 총후(銃後) 국민생활을 위한 포스터를 그려야 하고 음악가가 세레나데를 노래하는 것보다는 군가나 국민가요를 더 많이 노래해야만 되는 것같이 우리 영화인은 일 개인의 심경묘사보다는 지금의 국민전체의 이념을 북돋우는 국민생활의 추진력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해방을 맞는 지 61년 된 날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점점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과 그들의 나팔수가 된 몇몇 한국인들을 보면서 일제 말기를 친일영화를 만들던 조선영화계를 떠올렸다.

그들은 그리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지만, 그것은 미래를 위한 대화여야 한다.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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