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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괴물' 이제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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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괴물' 이제야 나타났다
  • 의약뉴스
  • 승인 200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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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행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영화 ‘괴물’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흥행요소의 단순한 대입에 비해 보다 더 큰 매력이 영화 ‘괴물’에게 있다.

영화의 모티브는 미 8군의 영안소장이 시체방부제로 쓰던 포르말린을 한강에 흘려보내도록 했던 것이다.

포르말린 방류사건이 2000년에 있었으니 한강둔치에 나타난 이 6살짜리 괴물은 이내 한강 둔치에서 한가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을 잡아먹고 박강두(송강호)의 딸 현서(고아성)를 납치해 사라진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가족 분투기이자 말하자면 구출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구출극의 상황에서 ‘괴물’에 대처하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끔찍함이 드러난다.

우리가 주목해서 볼 지점은 바로 이 과정이며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한강다리 아래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들이며 그들이 대항하고 있는 적이 ‘괴물’ 에서 점점 대한민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그 자체로 바뀌어 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강두 일가이자 한강이며 서울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이라고 볼 수 있다. ‘괴물’의 외연이 한강과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현실로 확대되어 갈수록 주인공들 역시 그 혼돈의 공간 속에서 외로운 싸움으로 내몰린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도 80년대 공권력의 공백 속에서 집단적으로 강간 살해당한 여성들의 끔찍한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 역시 대한민국의 화려한 성장의 이면 아니, 그 음습한 내부 안에서 곪아 썩어 들어간 모순들이었다.

희생자들을 구해낼 수도, 살인범을 단죄할 수도 없었던 참담한 모순은 비가 오던 날 살인이 예상되었음에도 공권력은 독재 권력을 비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그 한 장면으로 모두 설명된다. 이후, 봉준호 감독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끔찍한 상상력으로 확대되어 재생산된다.

위기의 실체는 사실 지독한 경제적 곤궁과 피폐해진 가족의 해체로 나타난다. ‘괴물’은 죽음의 공포와 관련된 장르의 법칙에 따르자면 공포영화라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공포의 실체는 사실 ‘괴물’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괴물에 대처하는 집단적 이기주의와 공포의 확대가 가져오는 한국의 피폐한 현실이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공황상태가 그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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