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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논리, "미래세대에 현세대 의료부양 요구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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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논리, "미래세대에 현세대 의료부양 요구와 같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6.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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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페이스북...“미래세대 위한 수요 감축이란 새 접근 필요한 시점”

[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기성세대의 의료수요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논리는 ‘미래세대에 대한 무제한적인 현세대 의료부양 요구’와 같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미래세대를 위한 ‘수요 자체의 감축’이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55년 미래세대는 건강보험료로 얼마를 내야할까’라는 게시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정재훈 교수의 페이스북.
▲ 정재훈 교수의 페이스북.

현재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의 명분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의료 수요와 이에 대응하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이는 인적 자원의 수급 불균형이 있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수가 감소하고, 학생들과 부모가 의대 진학을 선호한다는 것.

정 교수는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해왔다”며 “의료 수요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간접적인 지표인 건강보험 총진료비를 보면 코로나 19시기를 제외한 과거 20년간 연 평균 9.4%씩 진료비는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난 고성장 시장이고, 그 성장이 20년 이상 유지된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수요의 증가는 인구의 고령화나 의료기술발전, 물가 상승, 복지 기대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수요 증가를 뒷받침해온 재원과 제도 그리고 정치적 환경도 고성장시장을 용인해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고성장시장이 지속가능하냐는 것. 정 교수는 “지난 30년 간 보건복지영역은 대다수를 만족시켜왔는데, 국민은 질적수준, 접근성, 비용 측면에서 전세계 최상위 수준의 의료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의료계는 계속해서 시장을 키워나가면서 고성장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역대 모든 정부는 의료, 보건 복지의 향상을 자신의 성과로 바꾸어 지지율의 기반으로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모두의 행복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다”며 “경제도 그렇지만 호황에는 문제없어 보이는 체계는 위기에서 본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는 올해 통계청의 저위 인구추계(출산율 0.82)를 바탕으로 과거 20년의 의료비 증가 추세를 반영한 건강보험료율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은 7.09%로, 이는 보편적 건강보장과 건강보험체계와 경제규모,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들 중 가장 낮은 편(2021년 기준 프랑스 13.0%, 독일 14.6%, 일본 최대 10.0%)이다. 

그는 “건강보험 수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10년 뒤인 2035년에는 10.5%의 건강보험료율이 요구된다”며 “20년 뒤인 2045년에는 12.7%에 도달하고 30년뒤인 2055년에는 14.8%에 달하리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어떠한 개혁도 없는 경우, 국민연금 기금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이 2055년”이라며 “아마도 올해 태어난 아이들은 한창 돈을 벌기 시작한 만 30세가 된 시점에서 소득의 35%를 국민연금에, 15%를 국민건강보험에 내야한다. 이는 어떻게 봐도 합리적이지도,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급격한 의료 수요 증가에 따른 무제한적 공급이라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은 이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의사 인력 정책도 같은데, 지금의 의도가 부양의 위기에 대한 고민 없이 이뤄진다면 미래의 지속가능성은 더 빨리 소진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모든 것은 미래세대의 부양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나아가 정 교수는 “현재 의사의 수급 불균형이 있고, 기성세대의 의료수요가 늘어나니 의대를 증원하자라는 논리는 사실 미래세대에 대한 무제한적인 현세대의 의료부양 요구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이런 부담을 넘겨줄 수 있는지, 이러한 일이 도덕적, 사회적으로 옳은 일인가”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수요 자체의 감축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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