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원 투표 결과 발표...참여율 63.3%, 휴진 포함 단체행동 참여 ‘73.5%’
[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협이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를 구성,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9일 임현택 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주요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협회관에서 ‘의료농단 규탄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임현택 회장은 “죽어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큰 싸움’을 앞두고 의료계 결집을 위해 전 직역이 한 자리에 모였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고,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멈추기 위한 각종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 협박과 회유를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제 의료계가 정부와 여당에 회초리를 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잡을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라며 “지금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집단행동을 계속해온 의대생, 전공의들의 외침을 관철할 수 있도록 이제는 형들이, 누나들이, 의사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했다.

나아가 “의협회장으로서 망국적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추진을 저지하고, 올바른 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투쟁 전선의 맨 앞에 설 것을 약속한다”고 천명했다.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작금의 현실에 마주하는 의사 선배ㆍ동료ㆍ후배들을 바라보면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고, 기여해 왔다는 자존감과 인정을 받아온 우리가 왜 정부로부터 공공의 표적이 되어야 하며, 정권의 유지를 위한 소모품이 되어야만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내가 아닌 남이 나서주기를 바라고, 나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가 하고, 더 나아가 직역이 함께하고 힘을 합치는 것만이 우리가 바라는 의료환경으로 바꾸는 기초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많은 절차를 생략해 가면서 속전속결로, 형식적인 과정과 절차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과 함께 나서서 대한민국 의료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만천하에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회장과 김 의장에 이어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고범석 공보담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진우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정책 때문에 대다수 전공의는 의료현장을 떠났고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과대학 교수들도 한계를 느끼고 사직과 휴진을 고민하지만, 차마 환자의 손을 놓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공의들을 겨냥한 사직서수리금지 명령은 전면 취소돼야 마땅하지만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만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는 차별적 행정으로 전공의들을 필수의료의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힐난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를 버린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환자 곁에서 진료와 학문에 매진하던 의사들이 의료현장이 아닌 이곳에 모여 있는 건, 현 정부의 의료농단 사태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한국 의료체계를 되찾기 위해, 다시 환자들의 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정부의 폭정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김택우 회장(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지난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 파업 이후, 정부는 여러 법적 제도를 만들어 의사단체의 쟁의 활동을 원천 봉쇄했다”며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도 한국의 의료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모습을 보면 임기응변 그리고 땜질식 처방, 이외에 제대로 현재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대책이 전혀 없어 보인다”ㅁ녀서 “의협의 회원 설문조사 등은 의료계로서 마지막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공의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서, 정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간곡히 당부한다”면서 “정부의 사과 보단 진정성을 원하며,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마지막 결심을 요구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선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전 회원 투표 결과가 보고됐다.
앞서 의협은 의협을 중심으로 한 투쟁 지지 여부와 함께, 단체행동 참여 의사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12만 9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투표에는 총 7만 800명(63.3%)이 참여했으며,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6만 4139명(90.6%)가 ‘지지한다’고 응답했다.(반대는 6661명, 9.4%)
또한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5만 2015명(73.5%)의 회원이 참여하겠다고 했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회원은 1만 8785명(26.5%)으로 집계됐다.
전 회원투표 결과, 다수의 회원이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하자 의협은 곧바로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임현택 회장은 “전국 14만 의사회원과 2만 의대학생들은 더 이상의 인내를 중단하고 작금의 의료농단을 전 의료계의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의료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0일, 전국에서 일제히 일어난 촛불의 간절함은 전국의 의사회원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 모두 함께 모여 그 시작을 알린 것”이라며 “이후 전국 의사회원의 투표로 2000년 의약분업의 투쟁열기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참여와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늘 전국 각 지역과 직역의 대표자들의 지지로 의협이 선봉에 서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며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분연히 일어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의협은 총력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진행, 의사 회원은 물론, 의대생, 학부모, 국민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