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입법이 무산됐던 간호법이 재발의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정한 간호법은 국회에서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최연숙 의원이 간호법안을 재발의하며 다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임기 종료를 앞둔 제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막차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금 의료계에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유의동 의원, 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안에 대해 논의, “해당 법안은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법안이며,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간호사법안은 간호사 직역 만을 위한 특별법에 불과해 전체 보건의료직종 종사자와의 형평성이 없다”며,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령 위반이 지적될 것이어서 현실에서 적용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법 중 간호사 관련 내용 일부만을 발췌해 간호사법안을 제정하면 의료법 적용의 통일성 및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간호사면허 부여와 업무는 간호사법에, 간호사에 대한 제재(행정처분)과 벌칙에 관한 규정은 의료법에 두는 파편적 이원화 체계는 향후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간호법 재입법은 간호사 특혜 재탕에 불과하다”면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간호법 저지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의사회는 17일 오전 7시 30분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간호법 재발의 저지를 위한 14 보건복지의료연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황규석 회장, 한미애 의장,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황규석 회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1년 만에 최근의 의정갈등 상황에서 재발의됐다”며 “간호법은 특정직역의 권리와 이익만 대변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며 타직역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관련 법안은 반드시 심도있는 논의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특정직역만이 아닌 모든 보건의료직역의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간호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은 “의대정원 문제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K-의료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중증환자가 제대로 치료도 못 받을 수 있는 지금 이 시국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법이 1년 만에 재발의된 것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간호사나 외국의사면허 소지자로 의사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생각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총선을 통해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며 “무리한 간호법의 재입법 시도는 의료공백 사태와 더불어 다시금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은 “119 구급대의 주요 업무가 응급구조사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간호사들이 대거 구급대원으로 가면서 대학에서 배우지 않은 것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 협회는 재발의된 간호법이 절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간호조무사회 최경숙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제한해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고, 간호조무사협회 중앙회도 법정단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처벌을 받고 있다”며 “간호조무사협회가 하루빨리 법정단체로 인정받아 간호조무사들의 권익증진을 대변해야 한다. 끝까지 연대에 동참해 간호법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안 저지를 이뤄내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 체계를 벗어나는 법안이며, 타 직역의 업무 영역을 심하게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것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우리는 400만 회원 대표해 정부와 끝까지 맞서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간호법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