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급여기준실은 심평원 업무의 기준이 되고 잣대가 되는 부서다.
당차고 시원시원한 업무스타일로 유명한 정정지 급여기준실장은 “급여기준은 건강보험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타내는지 알 수 있는 잣대”라며 “건강보험의 철학이 반영되고 표현돼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급여기준이 보건의료의 발전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급여기준으로 인해 새롭고 가치가 있는 의료기술이나 서비스가 도입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신속하게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기준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빠르게 현실에 맞는 기준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업무효율성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의료현장의 새로운 기술과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 때 반영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올해 초에 심평원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의신청부를 급여기준실에 편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의신청과정에서 인정된 급여기준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급여기준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참가하는 임상현장인력의 도움도 의료현장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몫을 한다.
그는 “이전처럼 급여기준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서는 안된다”며 “적극적이고 융통성있게 운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급여기준이 임상현실에 너무 뒤처져서도 안 되지만 임상현실을 앞서가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실장은 “건보재정의 부족으로 의료현장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보건의료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특히 높아져가고 있는 환자들의 요구를 건강보험이 아니더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과 의료인들이 높은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시행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느 정도의 검증과정을 거친 의료기술이나 서비스라면 환자가 비보험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의료인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야한다는 것이다.
의료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한편으로 정실장은 의료인들이 수가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약재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높은 약재의존율은 한정된 건보재정에 부담이 되고 수가를 현실화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의료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며 의료인들의 각성도 촉구햇다.
'위임하되 방임하지 말자'는 것이 정정지실장이 급여기준실을 운영하는 방침이다. 직원들을 믿되 의사결정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다.
직원들을 믿는 만큼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이 큰 정실장은 조금이라도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큰 언니와 같은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