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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 2023] 옵디보-키트루다, 지독한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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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 2023] 옵디보-키트루다, 지독한 악연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10.23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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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Mate 901 발표 12분 전 EV-302/KEYNOTE-A39 공개 찬물
두 연구 평가한 안드레아 아폴로 박사, EV-302/KEYNOTE-A39에 트로피

[의약뉴스 in 마드리드]

 

왜 너는 나를 만나서...

 

항PD-1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BMSㆍ오노)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MSD)의 지독한 악연이 되풀이됐다.

22일(현지시간)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Congress 2023)에서 옵디보는 여전히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에서 20여년만에 생존율을 개선했다는 고무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heckMate 901 3상 임상에서 현재 표준요법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젬시스) 병용요법에 옵디보를 추가한 결과,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이 18.9개월(95% CI 14.7~22.4)에서 21.7개월(95% CI 18.6~26.4)로 1.8개월 연장됐고, 사망의 위험은 22% 더 낮았다는 것.(HR=0.78, 95% CI 0.63-0.96, P=0.0171)

비록 절대값 기준 생존기간 증가폭이 2개월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요로상피암에서 20여년간 수많은 혁신 신약들이 이루지 못했던 생존율 개선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찬사를 받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불과 10여분 전 발표된 EV-302/KEYNOTE-A39 연구에 박수갈채를 보내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듯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 12분 간격으로 발표된 EV-302/KEYNOTE-A39와 CheckMate 901 연구를 평가한 미국 국립암센터 안드레아 아폴로 박사는 두 연구의 전체생존율 데이터를 나란히 세운 후 EV-302/KEYNOTE-A39 연구에 트로피를 붙이고 ‘1st’라는 리본까지 달았다.
▲ 12분 간격으로 발표된 EV-302/KEYNOTE-A39와 CheckMate 901 연구를 평가한 미국 국립암센터 안드레아 아폴로 박사는 두 연구의 전체생존율 데이터를 나란히 세운 후 EV-302/KEYNOTE-A39 연구에 트로피를 붙이고 ‘1st’라는 리본까지 달았다.

10여분 전, EV-302/KEYNOTE-A39 연구의 전체생존율 데이터가 공개될 때에는 슬라이드가 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화면이 전환되는 순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하필 EV-302/KEYNOTE-A39 연구 역시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젬시스와 비교한 3상 임상이었다.

비교 대상은 키트루다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아스텔라스) 병용요법으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1.5개월에 달했고, 16.1개월의 대조군과 비교해 사망의 위험은 53%를 줄였다.(HR=0.47, 95% CI 0.38-0.58, P<0.00001)

특히 키트루다와 파드셉의 치료 이득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시스플라틴 투약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일관된 경향을 보였으며, PD-L1 발현 정도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미 유럽종양학회가 학술대회 전 주요 연구 결과를 담은 초록을 공개한 터라 연구의 결과를 알고 있던 청중들은 미리 준비했다는 듯 전체생존율 슬라이드가 열리자마자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이후 시스플라틴 적격 여부에 따른 하위 분석에서 다시 한 번 박수갈채를 쏟아낸 청중들은 발표가 마무리되자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10여분 후, CheckMate 901 연구의 전체생존율 데이터가 공개됐지만, 현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심지어 다시 10여분이 흘러 EV-302/KEYNOTE-A39와 CheckMate 901 연구를 평가한 미국 국립암센터 안드레아 아폴로 박사는 두 연구의 전체생존율 데이터를 나란히 세운 후 EV-302/KEYNOTE-A39 연구에 트로피를 붙이고 ‘1st’라는 리본까지 달았다. 트로피가 등장하는 순간 학술대회 현장은 다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옵디보에게는 20여년 만에 임상 현장의 한계를 극복한 대규모 임상연구에도 공을 인정받지 못한, 참으로 잔인하고 냉혹한 평가였다.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운명은 폐암에서 한 차례 엇갈린 바 있다. 옵디보가 PD-L1 발현율에 상관없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도전해 실패한 반면, 키트루다가 PD-L1 발현율 50%라는 기준을 세워 임상에 성공한 것.

이후 옵디보는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BMS)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해 시장을 선점했다.

폐암에서 엇갈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옵디보를 추월한 키트루다는 현재 분기매출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의약품으로 올라섰다.

▲ 박인근 교수는 EV-302/KEYNOTE-A39가 거의 30년 만에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표준요법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생존기간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연장했으며, 특히 요로상피암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플라틴 부적격 환자에서도 일관된 이득을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박인근 교수는 EV-302/KEYNOTE-A39가 거의 30년 만에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표준요법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생존기간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연장했으며, 특히 요로상피암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시스플라틴 부적격 환자에서도 일관된 이득을 보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술대회현장에서 만난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두 연구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가 크게 엇갈렸던 이유를 생존율 개선 폭과 시스플라틴 적격 여부 두 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EV-302/KEYNOTE-A39는 거의 30년 만에 1차 치료를 바꾼 연구이기도 하지만, 전체생존기간을 2배 가까이 늘린 것도 드문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도 내과의사로서 생존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은 목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는 시스플라틴이 중요한 옵션이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 중 절반은 시스플라틴을 쓸 수 없는 환자로 대안이 필요했다”며 “CheckMate 901는 실험군에서도 시스플라틴이 필요했지만, EV-302/KEYNOTE-A39 연구는 시스플라틴 부적격 환자에서도 생존기간에 차이가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키트루다와 파드셉 병용요법이 이처럼 강력한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파드셉 자체가 요로상피암에 워낙 효과가 좋은 약”이라며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던 환자에서도 40%의 반응률을 보였는데, 이는 놀라운 수치”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파드셉이 표적하는 넥틴-4(Nectin-4)가 요로상피암에서 대량 발현되는 세포막 단백질이어서 넥틴-4 발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투약할 수 있는 만큼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시스플라틴 적격여부나 표적 단백질 발현 여부, PD-L1 발현 정도에 상관없이 바로 투약할 수 있다는 것.

EV-302/KEYNOTE-A39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요로상피암 치료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오랜기간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으로 자리했던 터라, 대다수의 연구, 심지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도 1차 표준을 항암화학요법으로 설정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워낙 오랫동안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1차 치료가 바뀌면 후속 옵션들이 다 엉클어질 것”이라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키트루다와 파드셉 병용요법을 1차로 사용한 이후에는 (현재 1차 표준인) 젬시스가 뒤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시스플라틴이 요로상피암에서 굉장히 효과가 좋은 약이고, 파드셉과 기전도 다르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젬시스를 쓴 후 3차에서 파드셉을 썼을 때 효과가 좋은 것처럼 파드셉을 쓴 이후 젬시스도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어찌됐던 확실한 건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와 파드셉 병용요법의 반응률이 워낙 좋게 나와서 한 동안은 이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EV-302/KEYNOTE-A39로 인해 CheckMate 901 연구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박 교수는 “(EV-302/KEYNOTE-A39이 아니었다면) CheckMate 901도 박수를 받았을 연구”라면서 “파드셉이 ADC 이지만 특징적인 이상반응이 있고, 가격 부담도 있어서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환자는 옵디보+젬시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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