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ESMO 2023] 렉라자, 사각지대 뇌연수막전이 환자에 새로운 기회
상태바
[ESMO 2023] 렉라자, 사각지대 뇌연수막전이 환자에 새로운 기회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10.23 0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자 주도 임상...페메트렉시드병용, 연수막내 높은 농도 확인 
서울대병원 김범석 교수 “연구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 환자, 치료 근거 제시”

[의약뉴스 in 마드리드] 유한양행의 3세대 EGFR-TKI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뇌연수막전이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20일 개막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Congress 2023)에서는 렉라자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등장, 어느덧 렉라자가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중심축으로 올라섰음을 실감케하고 있다.

렉라자와 관련된 연구로는 1차 치료 환경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LASER301 연구의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분석, 이상반응으로 인해 감량한 환자들에서의 유효성 평가 결과 등 기허가 품목의 필수 코스는 물론, 1차 및 2차 치료에서의 병용요법(MARIPOSA 1, 2) 등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도 포함됐다.

▲ LAZARUS 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뇌연수막 전이 억제 가능성을 제시한 서울대학교병원 김범석 교수가 연구의 배경과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LAZARUS 연구를 통해 렉라자의 뇌연수막 전이 억제 가능성을 제시한 서울대학교병원 김범석 교수가 연구의 배경과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LASER301 연구의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분석에서는 렉라자의 강력한 두개내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

렉라자 투약군의 두개내 무질병생존기간(intracranial Progerssion-Free Survival, iPFS) 중앙값이 28.2개월(95% CI 14.8~28.2)로 대조군인 게피티닙 투약군의 8.4개월(95% CI 6.7-NR)을 3배 이상 웃돌며, 두개내 질병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58% 낮춘 것.(HR=0.42, 95% CI 0.20~0.89, P=0.02) 

특히 렉라자 투약군의 두개내 객관적반응률(intracranial Objective Response Rate, iORR)은 94%에 달했다.

렉라자의 뇌전이 억제 효과보다 더 눈길을 끈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 LAZARUS였다.

아직 초기단계의 연구로 포스터를 통해 발표됐지만,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뇌연수막 전이 환자들에게 치료의 의미를 부여하는 연구 결과로, 후속 연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뇌연수막 전이 환자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기대여명이 4~6주에 불과하다. 기대여명이 짧다보니 항암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서도 배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뇌연수막 전이 환자에는 근거가 확립된 치료법도 없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2000년 이후 수많은 치료제들이 등장한 폐암 분야에서도 가장 많은 치료제가 개발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역시 뇌연수막 전이에는 이렇다 할 답이 없었다.

이 가운데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뇌연수막 전이 환자들을 모집, 유한양행으로부터 렉라자를 지원받아 치료 가능성을 타진했다.

뇌전이 환자에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렉라자와 화학항암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뇌전이에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페메트렉시드(제품명 페메드에스)를 추가, 뇌연수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

그 첫 번째로, 렉라자와 페메트렉시드를 투약한 후 뇌연수막에서의 약물 농도를 평가한 결과, 유리 혈장 대비 뇌연수막에서의 약물농도가 약 50%(중앙값 기준)로 뇌연수막에서도 상당히 높은 농도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연수막내에서의 높은 약물농도가 실제 환자의 예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지만,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환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라는 평가다.

▲ 김범석 교수는 LAZARUS 연구를 통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뇌연수막 전이 환자들에게 치료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자 주도 임상을 허가에 반영하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는 접근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 김범석 교수는 LAZARUS 연구를 통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뇌연수막 전이 환자들에게 치료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자 주도 임상을 허가에 반영하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는 접근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 ESMO Congress 2023 현장에서 만난 김범석 교수를 만나 LASER301 연구의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분석 결과와 LAZARUS 연구의 초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먼저 LASER301 연구의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분석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부터 임상의들은 (렉라자가 뇌전이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면서 “이전에 LASER201 등 임상연구 과정에서 CT나 MRI를 통해 뇌전이가 줄어드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상의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데이터화되고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됐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뇌전이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뇌전이가 없던 환자에서 뇌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개내 항종양 효과가 예상했던 결과라면, LAZARUS 연구를 통해 확인된 뇌연수막에서의 약동학적 프로파일은 고무적인 결과다.

김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는 뇌전이뿐 아니라 뇌연수막 전이도 굉장히 흔하게 접하게 되는데, 뇌연수막에 전이가 생기면 예후가 워낙 좋지 않고 임상시험에도 참여할 수 없다”면서 “환자분들은 절박한데 치료 옵션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뇌연수막은 물이 흘러가는 공간과 같아서 갑자기 툭 터지면 뇌 전체로 암세포가 흘러가 척추까지 마비되고 뇌압이 가파르게 상승해 의식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면서 “임상의 입장에서 뇌연수막 전이 검사를 하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환자에서 뇌연수막 전이가 발생하는데, 어떤 회사에서도 접근을 하지 않아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렉라자가 뇌연수막에도 잘 전달되는지 확인해고자 연구자 주도 임상을 추진했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규모 임상 연구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확인한 렉라자의 두개내 항종양 효과를 고려할 때 뇌연수막으로도 잘 침투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설명이다.

연구는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됐다. 치료의 기회가 없던 환자들이었던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해 예상했던 2년보다 절반이 줄어든 1년만에 환자모집을 완료했다는 것.

김 교수는 “아무런 치료 옵션이 없는 뇌연수막 전이 환자분들에게 레이저티닙만 제공하더라도 굉장히 큰 혜택”이라며 “뇌척수막 전이로 표준 치료는 없고 약을 쓰고 싶어도 여러 이유로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분들에게는 호스피스 외에 기회가 없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도 고무적이었다. 약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뇌연수막에서도 약물 농도가 혈장내 농도의 50%(중앙값 기준)에 달했던 것.

김 교수는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를 평가 목표로 잡았는데, 아직도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우선 약동학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뇌연수막 전이 환자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중 뇌척수액의 일부에서 약물 농도를 측정한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뇌연수막으로도 상당 부분 흡수돼 뇌연수막에 효과가 있을 것을 시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렉라자와 페메트렉시드를 병용했는데, 페메트렉시드는 항암화학요법제이지만, 뇌에도 어느정도 잘 침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 아스트라제네카)도 뇌연수막에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차별점을 두기 위해 페메트렉시드를 추가했다”고 강조했다.

▲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김 교수는 LAZARUS 연구처럼 연구자 주도 임상의 결과가 결국 환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진다면서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김 교수는 LAZARUS 연구처럼 연구자 주도 임상의 결과가 결국 환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진다면서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뇌연수막에서의 높은 약물 농도와 실제 예후와의 상관관계는 내년 상반기쯤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연구자 주도로 진행된 임상인 만큼, 실제 국내 임상현장에서 허가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뇌연수막 전이에 허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렉라자의 허가 대상인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환자나, 1, 2세대 EGFR-TKI를 투약한 후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서는 활용할 수 있겠지만, T790M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뇌연수막 전이 환자는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뇌연수막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번째 연구”라면서 “임상에서 뇌연수막 전이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환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은 전혀 없고, 약을 쓰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방법은 없어 우리가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해법을 찾아보자 한 것”이라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자 주도 임상을 허가에 반영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통해 해외에서라도 혜택을 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 주도 임상 결과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AZARUS 연구처럼 제약사들이 진행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군에 대해 답을 얻기 위해서는 연구자 주도 임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근거는 부족하더라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임상의사들이 늘 마주치는 어려움”이라며 “가령 휠체어를 타고 오셨던 분이 다음에 걸어 오시면 저희도 보람이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연구자 주도 임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연구자 주도 임상에 투자를 받기가 너무 어렵고, 행적적으로도 서류작업이 많아 어렵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에는 연구비도 다 삭감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에서 제약ㆍ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결국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조금 개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