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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1라운드 종료, 건강보험 흑자 두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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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1라운드 종료, 건강보험 흑자 두고 공방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5.2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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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단체들, 수가인상 기대감 드러내...건보공단 ‘반영 어렵다’ 선 그어

[의약뉴스] 2024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건보재정 흑자에 대한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간의 이견이 드러나 올해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공급자단체들이 건보재정 흑자를 수가인상에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하자 건보공단은 당기수지 흑자를 수가인상에 직접 연결할 수 없다며 선을 그은 것.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주요 공급자단체들은 18일과 19일 양일간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1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 2024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건보재정 흑자에 대한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간의 이견이 드러나 올해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 2024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건보재정 흑자에 대한 공급자 단체와 건보공단 간의 이견이 드러나 올해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8일 가장 먼저 협상을 진행한 한의협은 의과에 편중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으로 한의계가 지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현실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실 수진자 수는 연평균 2.6%씩 감소했고, 이로 인해 한의 의료기관 진료비 점유율은 지난 2014년 4.2%에서 2022년 3.1%로 감소했다.

한의협 수가협상 단장을 맡은 안덕근 보험부회장은 “한의협은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요구해 왔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듯이 정부의 양방 중심 건강보험 정책으로 인해 한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서 한의약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한의 의료기관의 경영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반드시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수가 인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같이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위해 한의에서도 현대화된 의료기기의 사용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수가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번 협상은 양방 중심의 독점적인 의료환경을 변화시키고, 그동안 소외됐던 한의 의료의 도약과 성장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협에 이어 수가협상을 진행한 병협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병원들이 경영 상 어려움 겪고 있다면서 3조 6000억 원 규모의 건보재정 흑자를 이용해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협상에 앞서 “코로나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낸 데에는 병원의 노력이 상당하다고 자부한다”면서 “이러한 성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희생도 일정 부분 보상이 돼야 향후 팬데믹에서 병원계가 위기 극복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도는 코로나19가 회복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이뤄져 병원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2023년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고려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1차 협상을 마치고 나온 송 부회장은 “올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장기적인 재정을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필수의료 등 재정이 바로 투입되지 않으면 국민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 받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써야 할 때는 적절하게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때 병원의 역할이 컸던 만큼 인적, 물적 재투자가 필요하다”며 “상시 준비 태세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보험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협과 병협 이후 협상을 진행한 의협은 수가협상 거부까지 고려했다면서 수가인상폭이 최소한 물가와 임금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회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수가협상단 대표를 맡은 김봉천 기획부회장은 협상 전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의원유형 수가협상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SGR 수가모형의 문제점, 재정운영위원회의 일방적인 밴딩 규모 설정과 공급자 배제의 문제점, 최소한의 밴드 내에서 나눠먹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협상권을 반납하고, 의협에도 수가협상을 거부하라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건보공단은 SGR 개선 모형 등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으나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기존과 비슷한 형태의 수가 모형은 지속되고, 공급자단체의 재정위원회 참여 및 밴딩 사전 공개 등 의료계의 요구도 전혀 수용되지 않아 불공정한 협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수가 협상은 회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수가 인상률을 더 올리기 위해, 일차의료를 살려야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을 갖고 이번 협상에 참여하게 됐다”며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물가 상승률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치솟았고, 한국은행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아직도 의료 환경을 둘러싼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보장성 강화정책은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의료계를 옥죄고 있다”며 “적정수가 보장이 오히려 불필요한 재정낭비를 줄이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1차 협상을 마친 김 부회장은 “결국 밴딩이 늘지 않으면 협상의 의미가 줄어든다"면서 "밴딩을 늘려 공급자와 가입자가 공평하게 수가 협상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료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건보재정이 늘어난 만큼 밴딩도 늘어서 의료 시스템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인상폭은 회원들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 이틀째인 19일 건보공단과 1차 협상을 시작한 약사회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약국 협상단장)은 “지난해 오미크론 폭증으로 인해 약국과 의원 행위료가 증가했는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SGR값 자체가 많이 다운될 것이라고 들었다”며 “연평균 증가율이 6%라고 봤을 때 자연증가율만 따지만 2020년 행위료는 전년보다 상승했어야 함에도 -7.7%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현재 시점은 비정상화의 정상화 시점이지 SGR을 낮출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2020년, 2021년의 행위료가 떨어지는 바람에 진료비 자체가 많이 다운됐는데 단발적, 한시적 진료량 폭증으로 (진료비가) 오른 것은 지금까지 20년간 수가 변화 중 하나의 이벤트로, 일상적 현상이라 보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또한 “작년 물가인상률이 5.1% 인상됐고 그에 따라 국민연금이 5.1% 인상된다고 들었다”라며 “행위료 증가로 비용도 증가되는것이 관례임에도 2020년도 행위료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1차 협상에서 직후 박 부회장은 “건보공단은 기본적으로 재정 지속성을 이야기하는데, 총진료비가 100조 정도를 넘은 상황에서 24조라는 재정은 2.5개월 정도의 분량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상 최대의 흑자를 냈다면 그에 대해서는 공급자들이 발생한 경영상 적자분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5조원을 우리(공급자)가 다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 부분을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재정위에 잘 전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다음주 2차 협상에서 약사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경영수지 분석 등을 통해 인건비ㆍ관리비 등 증가분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약사회에 이어 협상에 임한 치협은  틀 속에 갇혀 있지 말고, 깨고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치과 수가협상단장인 마경화 상근보험부회장은 “매년 수가협상 때마다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누적 적립금을 수가계약에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추가소용재정(밴드)을 많이 설정할 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이 바로 그 것으로, 재정 문제도 그렇고 다른 논의를 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1차 협상이 끝난 뒤 마 협상단장은 “2012년도부터 보장성이 늘어서 진료비 증가 추세가 꺾였다”며 “문재인 케어 전까지 보장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가 문 케어 이후에는 어려워졌고, 지금까지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보장이 됐던 영역은 정체 상태가 됐고, 급여수가가 비급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며 "비급여는 비급여대로 풍성하게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으로 2~3년을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야한다"면서 "지난해 비급여 공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그동안 치과계가 손실보상도 받지 못했고 보장성 강화도 노력했으나 특별히 이익을 본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면서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치과도 어려울텐데, 이 문제가 해소되려면 밴드 결정이 굉장히 중요하며, 보험 재정이 24조나 있으니 협상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공급자단체들의 기대와는 달리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가 수가인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건보공단 협상단장)는 “올해 수가협상도 여러 어려운 점이 있는데, 건보재정 당기수지가 약 3조 6000억원이다보니 수가인상 요인에 반영돼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며 “하지만, 건보공단이 분석한 내용으로는 당기순익 흑자가 바로 수가인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당기수지 흑자 중 보험료 수입에서 직장보수월액이 증가했고, 연말정산 등 종합소득신고로 1조 2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대부분 보험료 수익이 증가됐다는 것.

이는 건보 지출감소를 통한 절약분이 아닌 만큼 가입자 측에서는 수가인상의 밴드(요양급여비용 총액) 설정에 엄격한 기준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사는 “현재 물가가 높아지는 등 공급자 측에서 원가상승 요인이 있으므로 양측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야할 것”이라며 “건보공단은 보험자이면서 건보관리에 책임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상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재정운영위의 가입자들이 동의해준다면 최종밴드 제공 전 가입자와 공급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통할 기회를 만들려 한다”며 “적정 밴드에 대한 근거나 설득을 위한 준비를 각 공급자단체에서도 미리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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