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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0-06 18:20 (목)
좀 더 일찍 확인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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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일찍 확인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8.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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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휴가 좀 더 일찍 점례의 신원을 확인했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약간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가정은 성립되지 않지만 말이다.

미행을 일찍 붙여 화랑주인과 조카의 관계가 자신의 손에서 놀았더라면, 제국의 참의원이 그들과 깊숙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지금보다는 먼저 알았더라면. 가정은 필요없지만 그랬더라면 약간이 아니라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 이 모든 것을 파악했을 때 동휴는 땅에 대고 피가 나도록 손바닥을 쳤다. 그만큼 분하고 억울했던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었는데 한 박자 늦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상실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가 사실 파악을 했을 때는 상황이 이미 벌어진 뒤였다. 그 시각 총독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33명의 독립군 침투조는 각기 맡은 역할에 따라 들이닥친 순간부터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했다.

보이는 것과 움직이는 것은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그들이 놀라서 얼어 붙은 나머지 한 발짝도 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제 기관단총이 그렇게 만들었다.

총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높다고 해서 피하고 낮다고 해서 더 맞지 않았다. 똑같이 겨냥된 곳으로 날아가 가슴팍과 얼굴에 박히고 나서는 제 할일을 마쳤다.

총소리가 나기 전 일층은 특히 분주했다.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참의원 일행이 도착하고 나서 늦지 않게 저녁을 준비하는 와중에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총독이 본국의 유력 정치인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당번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평소 보다 간을 맞추는데 더 신중했고 재료를 고르는데 세심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부산을 떤 결과 지지고 볶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난 후 이제 막 요리를 마칠 즈음이었다. 

사슴 고기를 준배했던 팀은 다 된 요리를 들고 일번으로 삼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대딛었다. 손에 든 쟁반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슴의 앞가슴살이 비릿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3층에 있던 총독은 광장을 내려다 보면서 그 냄새를 맡았다. 일전에 한 번 먹어본 기억이 뇌를 통해 입안의 침으로 고여들기 시작했다. 분명히 참의원도 좋아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총독은 이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참의원 일행을 삼층으로 안내 하도록 비서에게 지시했다. 도착하는 것을 지켜 봤던 그는 차에서 내린 그들이 총독 관저를 한 번 올려다 보고 뒤를 돌아 광화문의 건물들을 둘러 보는 광경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조선의 일인자 이면서 제국의 이인자 임에도 본국에서 오는 일행이라는 이유로 긴장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들은 돌아가면 총독에 대한 보고서를 올릴 것이다.

수상은 그것을 보고 그의 측근이나 힘이 있는 자들에게 총독에 대한 이런저런 평을 공식이든 사석이든 간에 이야기 할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평판에 관련된 것이다. 총독은 높은 평점을 받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해 참의원 일행을 대우하겠다고 연신 다짐했다.

총독은 조선에 더 있고 싶었다. 이곳에서 일인자 역할을 하는 것이 제국의 이인자 보다 좋았다. 부임 일년만에 그는 이런 사실을 터득하고 앞으로도 그럴일이 없겠지만 질려서 그만 둘 때까지 조선의 총독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옷 매무새를 거울을 통해 고친다음 손수 문을 열어 놓고 그들이 계단을 오를 때 쯤 자리에서 일어하는 수고를 불편해 하지 않았다. 응당 그러해야 한다는 듯이 그는 벌떡 일어나서 아래를 쳐다 보았다.

총독이 이런 상태로 참의원을 맞을 준비가 끝났을 즈음, 비서가 총독에게 의원 일행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고했고 그 보고 소리와 거의 동시에 참의원은 배를 발보다 먼저 앞으로 내밀고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넘어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듯이 눈을 아래로 깔지 않고 자신을 보고 있는 총독과 눈을 맞추면서 각하 하고 먼저 소리쳤다. 소리를 들은 각하는 어서 오시오 하고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일본에 있을 때 익히 익힌 얼굴이었고 두어 차례 만남을 했던지라 오늘의 만남이 초면이 아니었다. 그래서 총독은 허물없이 대하는 오랜 친구처럼 참의원 일행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어색하지도 낯설지도 않아야 마땅한 둘의 만남은 1년 반 이라는 시간과 조선이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차이 때문에 처음에는 이상한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총독은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입은 옷은 물론 수염까지 길게 길렀고 얼굴은 되레 더 젊어진 듯이 핏기가 가득해 마치 청소년처럼 화색이 돌았다.

조선이 그렇게 좋은가.

참의원은 내민 손을 마주 잡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달랐다.

'각하, 만수무강 하십이오.'

'어허, 나 아직 그런 소리 들을 나이 아니요.'

'그렇습니다, 각하. 아주 젊음이 넘치십니다.'

참의원이 한 번 더 아부의 인사를 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식민지의 지배자와 본국의 지배자가 만나는 자리는 이처럼 화기애해했다. 

그들이 착석하고 나서 일분쯤 지났을 때였다. 식사가 세팅되고 구수한 사슴 고기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식사하면서 이야기 할까요.' 

총독이 주인 행세를 하느라고 음식을 권유 하면서 참의원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것이 조선 막걸리요. 우리네 청주와는 조금 다른데 조선술 한 번 맛보시지요'

'주시는 것이니 어디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

둘이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면서 한 모금 깊게 먹고 나서였다.

아래층이 소란스러웠다. 처음에는 그것이 총소리인지 총독은 물론 참의원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연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확실하게 소리를 낸 물체가 총인 것을 알고는 두 사람은 곧 사색이 됐다.

비서는 급하게 출입문을 닫았고 총독 일행을 안쪽의 구석진 곳으로 숨겼다. 그리고 자신들은 문의 안쪽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마치 연습을 한 것처럼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평소 훈련도 아니었고 그저 본능에 따른 결과였다. 비서들은 아래로 내려가 상황을 살펴야 옳았으나 거친 총소리에 그러기를 망설였다.

총독은 물론 다른 사람 누구라도 지시해 줬으면 그대로 따랐을 것이지만 지금 상황은 참모 둘이 문의 좌우에서 비스듬히 비켜선 몸으로 아래쪽을 주시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행동이 없었다.

그들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일층을 점령한 독립군 특공대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닫힌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잠시 지체했다. 이층 계단은 위에서 던진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트가 생긴 상태였다.

총 소리 직전 막 이층으로 올라간 두 명의 주방장은 그 전에 자신들이 배운 군사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적의 침입을 확인하고는 들고 있던 쟁반을 계단쪽으로 던진 것을 신호로 삼층 출입구 쪽에 있던 손님용 의자와 식탁등을 무자비하게 아래로 굴렸다.

장식장이며 장식장 위에 있던 곰인형과 그 옆에 있던 화분 등도 아래로 굴러 떨어뜨렸다. 던질 수 있는 것과 막을 수 있는 것들이 순식간에 계단을 채웠다. 독립군 한 명이 그것들을 치우고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또다른 물체 하나가 위에서 아래로 곧장 달려들었다.

모양이 좋은 둥근 수석을 두 손에 든 주방장이 그것을 올라오려는 독립군을 향해 던졌다. 다행히 독립군은 그것이 이마 정통을 때리기 직전에 몸을 피해 맞지 않고 한 번 충격이 완화된 뒤에 튀는 돌에 다른 독립군이 맞았다.

빗나간 목표물 때문에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 그는 돌이 내려온 쪽을 보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주방장이 그 중 한 발을 가슴에 제대로 맞고 계단에서 자신이 던진 돌처럼 바로 떨어져 내렸다. 독립군은 방해물이 제거 됐음에도 삼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타는 대신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뒤쪽에서 독립군이 내는 소리와는 다른 총소리가 들렸고 연인어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총독 관저에서 독립군과 초소병들이 정면으로 맞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반 승부는 독립군이 완벽하게 장악했다. 

무턱대고 들이닥친 초병과 헌병들은 벽과 기둥을 엄폐물 삼아 조준 사격하는 독립군의 총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들이 들어올 때 보았던 느티나무 아래서 쉬고 있던 병력의 거의 전부가 몰살 당했다.

독립군의 그런 전과에는 일분대장이 자신과 노련한 병사 두 명을 안으로 진입시키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단아래서 대기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급하게 서두르면서 들어오는 적들은 바로 코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특동대 일분대장의 기관총 세례를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서둘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일 먼저 제거됐다.

겨우 방어선을 넘어선 나머지 병사들도 제대로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관저 앞의 회색 계단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총성이 지속되자 총독부 외곽을 경비하던 수도방위사단 병력이 급파됐다. 

확전은 불가피했다. 게릴라전은 속도가 중요했다. 관저에 들어온지 벌써 15분이 흘렀다. 일이 벌어진 것을 간파한 초소병은 직접 총을 들고 뛰어 들기 전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라도 하듯이 부리나케 전화를 돌렸다.

'비상, 괴한들이 총독 관저에 침입했다. 일개 대대 병력은 족히 될 듯 싶다. 총독이 위험에 처했으니 병력을 급파하기 바란다. 다시 한 번 전달한다. 괴한 침입으로 총독과 참의원 일행이 위험에 처했다. 가능한 모든 병력은 총독 관저로 집합하라.'

식은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병사는 자신이 다음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대로 실행했다. 그것은 괴한들이 들어간 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일을 마친 그들이 퇴로로 택할 곳은 들어간 곳 말고는 달리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제 독립군은 광화문에 갇힌 상태가 됐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아직까지는 독립군 편이었다. 외곽 경비 대대가 순식간에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무렵 창의문 쪽에 있던 독립군의 또다른 중대가 이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그들은 이미 북문을 타고 넘어 근정전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열을 지어서 구보하고 있던 자들을 보기 좋게 쓰러 트렸다. 대대 병력이 쓰러지면서 흘린 피가 경복궁 뜰을 적시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경성의 이른 밤하늘에 노을 처럼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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