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뒤,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관련 제도 및 정책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서울 시티타워에서 대한의사협회ㆍ대한병원협회ㆍ대한간호협회 및 대한신경외과학회ㆍ대한신경과학회ㆍ대한응급의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과 만나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경위를 청취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오전 근무 중 두통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응급실로 옮겨진 A씨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과정에서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
정책 간담회에 앞서 복지부는 관할 보건소인 송파구보건소와 함께 지난 4일 현장을 방문, ▲의료법 등 관련 법 위반 여부 ▲입원에서 전원까지 진료 전 과정 ▲사망한 간호사의 근무환경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서울아산병원 측의 사건 경위 설명, 대한신경외과학회 정책 제언 등 발제 이후 의료현장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으며, 복지부는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과 현장확인 결과를 검토, 제도개선 등을 포함하는 조치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이달 중 중증소아, 흉부외과, 중환자, 감염 분야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별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학회, 의사회 등과 함께 연속 간담회를 개최하여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8월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8월 11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8월 11일 대한중환자학회 ▲8월 11일 대한감염학회 ▲8월 12일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이다.
복지부는 사건 발생 이전부터 필수의료 인력 부족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한 ‘필수의료협의체’를 구성,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하면서 필수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관리, 교육수련 및 근무여건 개선 등을 추진해왔고 최근 복지부 내에 ‘필수의료지원 전담조직(TF)’을 신설해 관련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필수/중증의료 수가 조정, 중증응급환자 중심 전달체계 개편, 전문 과목 세분화 등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 이기일 제2차관은 “정부는 국민이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적절한 진료와 수술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및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이천시 의원 화재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에 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의협은 “고인과 유가족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애도해야 하는 시기에, 어지럽게 확산되는 논란들을 심화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번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다급하게 유관기관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각종 회의 및 정책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진위파악과 대책을 마련한다고 분주한 모습만 반복됐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이 일시적인 미봉책을 발표하는 정도에서 지나갔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면 또다시 일련의 형식적인 절차와 과정이 재연되는 장면을 처절한 심정으로 목격해왔다”며 “협회가제안하는 본 의제들이 즉시 시행되고, 중장기 과제로 별도 추진해야 할 부분은 중간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 모두가 굳은 의지를 발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 필수 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적 책임을 재차 강구하며 고인 및 유족, 국민에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불씨를 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