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함께 외쳤던 의약계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있어서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료계는 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한 제도 추진을 강조하며 전문가들이 주도권을 유지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약업계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종료 이후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처럼 의약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연합전선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약계는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 목소리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공동 기자회견 이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충분한 검토 없이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추진을 지양하고 전문가단체와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사협회는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사안에 대해 합리적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약업계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고시를 중단한 후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한시적 고시로 인해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 약을 전달받도록 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 건강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보건의료가 영리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도록 한시적 허용 고시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약계가 비대면 진료의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하자 약사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주요 의제를 의료계가 가져간 상황에서 약업계가 큰 흐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업계 인사 A씨는 “의료계와 약업계가 생각하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해법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며 “큰 틀에서 현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같지만 그 후에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협의체를 출범했지만, 의료계의 불참으로 결국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며 “의료계는 아예 의정협의체를 통해 현 상황을 풀어가자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사실상 약업계는 발언권이 없다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비대면 진료의 핵심은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과연 의료기관에 가기 힘든 환자가 약국에 방문해서 약을 받아 갈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약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대로 상황이 흘러가면 결국 비대면 진료에 부가적인 항목으로 약 배달이 같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약사회는 적극적으로 의협을 비대면 진료 협의체 회의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약사회가 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을 별개로 보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의료계의 흐름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