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중증 질환 위험이 높은 비입원 성인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무작위, 이중눈가림 임상 2/3상 시험 EPIC-HR의 중간 분석 결과 새로운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Paxlovid, PF-07321332; ritonavir)가 입원 및 사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고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계획된 중간 분석에서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에 팍스로비드로 치료받은 환자군은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위약군에 비해 89% 감소했다.
무작위 배정 후 28일차까지 입원한 환자 비율은 팍스로비드 치료군이 0.8%(3/389)이며 위약군은 7.0%(27/385)다. 화이자는 이러한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치료받은 환자에서도 유사한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사망 감소가 관찰됐다. 28일차까지 입원한 환자 비율은 팍스로비드 치료군이 1.0%(6/607), 위약군은 6.7%(41/612)다. 입원 또는 사망 감소 효과는 85%로 분석됐다.
전체 연구 집단 가운데 팍스로비드 치료군에서는 사망이 보고되지 않았으며 이에 비해 위약군에서는 10건(1.6%)의 사망이 보고됐다.
화이자는 이러한 임상 결과에서 이미 압도적인 효능이 입증됐기 때문에 독립적인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를 거쳐 이 연구의 추가 등록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데이터를 긴급사용승인(EUA) 신청서 순차 제출 절차의 일환으로 가능한 한 빨리 FDA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오늘 소식은 팬데믹으로 인한 황폐화를 중단시키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서 판도를 바꾸는 진정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제시한다”며 “이 데이터는 자사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 감염의 심각성을 감소시키고 10명 중 최대 9명의 입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전 세계적 영향을 고려할 때 당사는 최선을 다해 과학에 집중하고 전 세계 의료시스템과 기관을 돕는 책임을 이행하는 동시에 공평하고 광범위한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의 실험실에서 발굴된 팍스로비드는 승인될 경우 SARS-CoV-2-3CL 프로테아제 억제제로 설계된 동종 최초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될 것이다. 팍스로비드는 HIV 치료용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ritonavir)를 병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팍스로비드는 1일 2회 3정을 복용해야 한다.
화이자는 남은 EPIC 임상 개발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이 약물이 질병 중증도, 입원, 사망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노출 후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서 보다 광범위하게 처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에 의하면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우려 변이에 대한 강력한 시험관 내 항바이러스 활성이 입증됐으며 여러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치료제로서의 잠재력도 확인됐다.
이번 임상 2/3상 EPIC-HR 연구는 올해 7월에 참가자 등록이 시작됐다. 팍스로비드를 평가하기 위한 또 다른 임상 2/3상 시험인 EPIC-SR(표준위험 환자 대상)과 EPIC-PEP(노출 후 예방요법 평가) 연구는 각각 올해 8월과 9월에 시작돼 진행 중이다.
한편 앞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미국 제약사 MSD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5일 동안의 치료 이후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50%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 이후 5일(현지시각) 화이자의 주가는 10%가량 급등했으며, MSD의 주가는 9%가량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