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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신속히 대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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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신속히 대피하자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9.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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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가시의 존재는 녀석의 꽃과 잎과 낭만을 생각하면 동떨어진다.
▲ 마로니에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가시의 존재는 녀석의 꽃과 잎과 낭만을 생각하면 동떨어진다.

오이밭을 지날 때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아야 한다. 의심 살 행동을 미리 피해 보자는 심사다.

그렇다면 이 나무 아래를 지날 때는 어떠해야 하는가. 갓끈은 물론 운동화 끈을 다시 매도 상관없다. 그런다고 쳐다볼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는 말아야 한다. 화생방 공격으로 오염된 지역을 벗어나듯이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열매 때문이다.

열매를 둘러싸고 있는 이 가시를 보라. 안에 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면 이렇게 가시 갑옷으로 완전 무장을 했을까.

잘해야 밤 정도 아닐까 싶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바로 마로니에 열매다. 생각해보라. 이게 떨어질 때 그곳을 통과하고 있고 마침 머리를 얻어맞았다고 치자.

그런 일은 없어야겠다.

대신 이런 생각으로 바꾸자. 봄이다. 만물이 생동할 때 녀석은 엄청난 꽃을 피운다. ( 고흐의 ‘꽃이 핀 마로니에 나무’를 보자.) 여름의 그늘은 또 어떤가. 넓은 잎으로 태양을 가리고 시원함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로 시작하는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제목의 70년대 노래를.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하는 어찌 보면 낭만적이지만 지극히 슬픈 노랫말을. 그 당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열매 하나를 놓고 구구절절 늘어진 것은 나뭇잎 구르는 소리에도 깔깔 웃는 가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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