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뒤돌아보는 것은 추억의 힘이다.
그것은 늘 구석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거 뭐지? 알면서도 물어보는 천진함이다.
조막손에 연필이 가득 차면 그렇게 좋았다.
색연필은 더 말해 무엇하랴.
놀 것이 없었으니 줄 그으며 장난쳤다.
깎다가 피 흘린 적 한두 번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던 것은 감춰진 검은 심을 꺼낼 때의
기쁨 때문이었다.
샤프심이 나와도 연필을 고집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야말로 갑자기 사라졌다.
어언 30년.
숲속에서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 나오다의 줄임말. 국어사전에도 올라와 있다.)에 소환된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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