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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일자무식이었으나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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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일자무식이었으나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5.21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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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천구는 할머니를 따랐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따를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할머니는 줄 것이 없었다. 과자나 사탕 하나 천구에게 사 줄 형편이 못됐다.

그러나 천구가 오면 늘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것은 옛날이야기였다. 할머니는 일자무식이었으나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든 기억했다가 천구에게 너 소금 장수 이야기 아니? 하고 묻곤 했다.

그러면 천구는 울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 할머니 품으로 달려갔다. 하루는 천구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매 이름이 뭐야? 할머니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 후에 광산 김씨라고 했다. 이름이 네 글자였다. 천구가 멀뚱히 쳐다보자 할머니 적 여자는 이름이 없다고 했다. 그냥 점순이로 불렸다고 했다.

할머니 목 아래에는 커다란 점이 있었다. 할머니의 목의 점을 천구도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늘 옷이나 수건으로 그곳을 가렸다. 그러면 천구는 장난삼아 그것을 보려고 일부러 들추기까지 했다.

어릴 적 점순이는 시집와서 광산 김씨로 불렸다. 불렸다고 했지만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족보를 따질 때만 간혹 나왔다.

천구가 학교에 갈 무렵 할머니는 시력을 잃었다. 이때부터인지 천구는 할머니를 찾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 못하는 할머니에게서는 냄새가 났고 천구는 그것이 싫었다. 이야기 듣는 것도 싫증을 냈다.

천구가 책을 읽을 때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할머니는 큰아버지 댁으로 옮겨졌다.

천구는 뒷방에서 두 눈을 감고 있는 할머니는 보았다. 천으로 얼굴을 덮어 놓았는데 죽은 사람의 모습 그대로였다.

천구는 수시로 그 방을 들락거리면서 얼굴에 씌어진 천을 들었다가 놓곤 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죽었던 사람이 깨어 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깨어났을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다시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할머니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날부터 용순은 천구에게 그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삼 일째 되는 날 아침은 매우 부산했다.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들었고 마당 앞에는 상여가 놓여 있었다. 울긋불긋한 상여를 보고 천구는 그 제서야 할머니가 확실히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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