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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1-28 12:32 (목)
몸 속의 것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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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의 것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순간이 왔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1.13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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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위에서 콩 볶는 듯한 따발총 소리가 어깨에 와 박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 소대장은 총을 맞았는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잠시 그렇게 있었다.

상황파악을 제대로 해야 다음 동작을 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신경을 한쪽으로 곤두세웠다. 우선 아픔이 오는지부터 따졌다.

총이나 수류탄이나 그 무엇이 몸의 어딘가에 박혀 있다면 잠시 후에는 통증을 느낄 것이다. 팽팽하게 긴장된 몸속으로 전혀 원하지 않던 것이 느닷없이 파고들었을 때는 몇 초간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그 소리에 놀라 몸을 살펴보면 그제서야 피가 쏟아져 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공포에 질려 또 한 번 비명을 지른다.

몸속에 있어야 할 것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총에 맞았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총을 맞았구나.

총을 맞은 자들은 자신이 먼저 간 동료 뒤를 따를 것을 알고 곧바로 체념한다. 왜 하필 나냐, 고 소리치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누구보다고 잘 알기 때문이다.

하필 나는 조금 전에는 바로 옆에 있던 동료였다. 자신에게 차례가 온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도 장사가 없다. 그를 따돌릴 재간이 없기 때문에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죽기 전까지 편한 상태였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잠시의 시간이 허락되면 그 상태로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생각한다. 이미 엄마는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지만 전쟁 통에는 엄마보다 자신이 먼저 간다.

그렇게 하는 것은 효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을 엄마는 안다. 그래서 자식의 불효를 탓하지 않는다.

어떤 엄마는 자신보다 훨씬 일찍 세상을 등진 자식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나라를 지키다 죽었기 때문에 부끄럽기보다는 자랑스럽다고 죽음을 앞장세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랑하지 않아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 달라고 피를 토하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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