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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기가 정해진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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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기가 정해진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1.0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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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뢰밭을 탐침봉을 이용해 한 걸음씩 앞으로 움직이는 상황과 같았다. 몸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용수철처럼 바짝 움추러 들었는데 호흡은 턱에 차올랐다.

물을 먹고 토해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턱 밑까지 올라왔던 것이 목구멍으로 진짜로 터져 나왔다.

먹은 것이 없어 빈속인데 올라올 것이 뭐가 있다고 밥풀 몇 개가 입밖으로 나왔다. 아직 삭지 않은 것이다. 운 좋게 손으로 밥풀 하나를 받아든 소대장은 그것을 보다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그것을 혀 위에 올려놓았다. 몇 번을 굴려 보다가 이빨로 한 두번 잘게 씹었다. 그는 밥풀떼기 하나의 식감을 온몸으로 느꼈다.

쌀알 하나를 가지고 놀면서 소대장은 잠시 숨을 골랐다. 다시 폭발음이 들렸다. 본능적으로 그는 몸을 땅에 밀착했다. 이미 그렇게 했는데도 다시 한번 배를 땅에 뭉갰다.

마치 땅속으로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각오였다. 차라리 개처럼 발로 땅을 파면서 그 속에 숨고 싶었다. 그러나 곧 헛수작 말아는 경고를 보냈다.

다시 호흡이 가빠왔다. 이번에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주변은 조용하다. 자연도 자신처럼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일까. 폭풍이 오기 전의 적막과 같은 고요함이 주변을 지배했다.

그러나 거칠어진 호흡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이것은 동작은 느리지만 격한 운동을 할 때와 같은 이중적 감정의 결과였다. 긴장이 고도에 이르는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줄줄 땀이 흐른다.

폭음이 가라앉았음에도 소대장은 조금 더 지체했다. 기껏해야 그 순간은 10초 이내였겠지만 그는 그 시간에 있어야 할지 나아가야 할지 수십 번이나 상황을 번복했다.

지뢰밭을 향해 달려갈 것인지 아니면 지뢰밭에서 터지기를 기다려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적의 총이 아닌 아군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놓고 본대도 야릇한 것이다. 이제는 양단간 결정해야 할 순간이다.

아군기가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상공에서 급강하하면서 내는 굉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터트릴 폭탄의 위치가 정해진 모양이다.

소대장은 이때 지축을 흔든다는 말을 실감했다.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체험하니 산 교육이 따로 없었다. 그는 뛰기로 했다.

아래로 달려 중대원들과 합류해야 한다. 불현 듯 자신의 임무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차올랐다.

왜 그가 적들의 소굴인 고지로 향했는지 이유를 생각하면 그가 취할 행동은 이미 나와 있었다. 완성한 임무를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이 고지로 올라와야 한다.

죽기 살기로 올라왔다 다시 죽기 살기로 내려가고 다시 죽기 살기로 올라와야 한다. 먼지가 일어도 좋았다. 이미 적들은 첩자가 가까이 와서 정탐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첩자가 살기 위해 도망가면서 냈던 먼지도 기억한다. 그 먼지에 대고 집중사격을 한 기억도 있다. 그러나 적들은 첩자의 생존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마도 적이 죽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추격조는 없다. 적어도 적들은 적이 살아서 도망갔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두 명의 저격수를 딸려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없다. 소대장은 안도했다. 들키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할 필요가 없어지자 없던 용기가 바짝 살아났다. 도망가는 것은 비겁한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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