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관리 정책의 기반인 감염병예방법을 두고 보다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위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권용진 교수는 19일 대한의료법학회 2차 정기학술대회 중 ‘코로나19 이후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감염병예방법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감염병예방법 개정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권 교수는 “지난 1년여간 우리나라 정부는 K 방역이라는 전략으로 코로나19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하지만 이러한 성과로 인해 K방역이 기초로 하고 있는 감염병예방법의 핵심 내용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활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의 3차 대유행으로 관련 논의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확진자 혹은 확진 의심자에 대한 정보인권 및 이동의 자유 제한 문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회결사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 제한 문제 등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K 방역은 3T(Test-Trace-Treat), 즉 검사, 추적, 치료가 핵심이다.
이 중 검사와 치료는 경쟁적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결과물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최첨단 검사장비와 인력을 보유하며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 치료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의 비율을 가진 의료체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권 교수의 의견이다.
또한 추적은 전국민 주민등록제도로 모든 국민의 주거지와 동거인을 확인할 수 있고, 조세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추진한 신용카드 장려정책으로 그 사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제도적 틀이 존재해 감염병 관리에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교수는 “최근 동선공개에도 불구하고 3차 유행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기본권제한이 명확한 동선공개 정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 강제 동원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동원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책임을 미루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일사불란한 통제가 없어 병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신종감염병의 유입 후 대응에 관한 법적 보완만 있을 뿐, 유행 전 단계부터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 미흡하며, 치료에서도 컨트롤타워 부재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권 교수는 “동선공개 등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데이터를 근거로 한 연구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면서 “병상 강제 동원 등에 있어서도 의료자원의 효과적 동원과 활용을 위해서 의료계와 협력적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메르스와 코로나19 모두 초기대응시 정보부족으로 전문가와 정부 모두 판단이 미흡했다”며 “충분한 정보 수집과 조사연구가 필수적이므로 이를 반영하기 위한 단계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확장된 개념의 신종감염병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신종감염병은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어 감염병예방법상 제1급 감염병으로 취급하기보다 별도의 장으로 구분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 방향 및 법령 제안을 통해 현재 감염병관리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것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신종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하여 단계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각 단계별 주요 대응책을 명시 ▲신종감염병의 효과적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신종감염병위원회를 설치 운영 ▲병상동원이후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하며 병상강제동원을 위한 보상기준은 ‘전년 동기 수입’을 최소기준으로 명시할 것 등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메르스와 코로나19 초기에는 강력한 제도를 기반으로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감염병 관리를 위한 기본권제한 등의 적정성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재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기본권제한을 막기 위한 기본적 노력이지만 국가의 의무가 강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감염병예방법이 확정된 감염병에 최소한의 관리정책이라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며 “바이러스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선제적 예방과 대응력을 준비할 수 있는 준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