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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9 23:03 (금)
개원가에 날아든 폰트업체의 무차별 경고장, 의원협 "강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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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에 날아든 폰트업체의 무차별 경고장, 의원협 "강력 대응"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2.1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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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간판-홈페이지 폰트 사용에 손해배상 주장...의원협 "라이선스 구매 강요 시 형사고소 고려"
▲ 최근 개원가에 무차별 경고장을 보내는 폰트업체에 대해 개원가단체가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 최근 개원가에 무차별 경고장을 보내는 폰트업체에 대해 개원가단체가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최근 개원가에 무차별 경고장을 보내는 폰트업체에 대해 개원가단체가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A의원을 개원 중인 B원장은 최근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다. 

해당 법무법인은 모 폰트업체의 법무대리인이라면서, A의원의 홈페이지에 폰트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됐으므로 저작권자인 ‘폰트업체에 경제적 손해를 준 사실이 명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경고장은 B원장만 받은 게 아니었다. 또 다른 의원을 개원 중인 C원장도 법무법인으로부터 의원 간판에 쓰인 글자의 폰트가 자신들이 대리하고 있는 폰트업체에서 만든 것과 같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받았고, 해당 경고장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면서 라이선스를 등록하라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들리자, 대한의원협회(회장 송한승)는 일선 의료기관이 홈페이지나 간판에 쓴 폰트를 문제 삼는 경고장을 받은 것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간판이나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 업체에 맡긴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

우리나라 판례에 따르면 글자체(폰트)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글자체를 화면에 출력하거나 인쇄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호한다. 

즉, 폰트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서 이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누군가 폰트업체의 독특한 글꼴을 손으로 똑같이 그렸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폰트업체나 법무법인이 말한 것처럼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면 홈페이지 제작업체나 간판 제작업체가 했을 텐데, 그러면 해당 제작업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의원들에게 이러한 경고장을 보낸 건 일종의 사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외주제작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외주제작자에게 책임이 있고, 의뢰자는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물인 이미지 등만을 이용했기에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의료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이번 일은 교육기관들이 이미 겪었던 현상이고, 최근 들어 의료기관들이 새로운 타겟이 됐다는 것.

어린이집 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사립대학 교수가 된 C교수는 “해당 폰트업체는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유치원, 어린이집이나 사립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 대해 이러한 경고장을 다수 보냈다”며 “이 중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같이 소규모의 기관은 법률문제에 익숙하지 않고 법률비용이 부담이 돼 100~300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현재 폰트업체로부터 경고장 등을 받은 회원들을 파악하는 중이며, 경고장을 받은 회원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공동소송을 통해 저작권 침해가 없음을 밝히고, 이를 통해 유사한 피해를 받는 의료기관이 없도록 널리 알릴 것이라는 계획이라는 것.

또한 저작권 침해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인데도 부당하게 라이선스 구매를 강요한 경우에는 공갈협박, 업무방해 등의 형사고소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최근 우리 협회 회원들 다수가 폰트업체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있다. 회원 민원을 접한 후에 조사해본 결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는 이미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폰트업체들이 교육기관들을 훑고 지나간 후에 이제는 의료기관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도 유치원, 어린이집에 못지않게 영세한 것이 현실이므로, 법무법인으로부터 경고장 등을 내용증명으로 받고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이 언급될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마도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경고장 등의 내용이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거나 다투기보다는 일정 금액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송 회장의 설명이다.

송 회장은 “법적인 다툼을 위한 변호사 선임비용보다 합의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합의를 거부하고 법무법인과 정면대결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개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의원협회가 대표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외주의뢰를 해서 간판이나 홈페이지를 제작한 의료기관까지 협박성 공문을 보내는 폰트업체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며 “의원협회가 회원들이 더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널리 알린 것은 잘한 일인 거 같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에 대해 당황하지 말고 소속된 단체에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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