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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대생의 선택에 돌 던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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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대생의 선택에 돌 던지지 마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1.11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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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의사 총파업으로 혼란스러웠던 의료계가 이번엔 ‘의대생 국시 문제’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장은 의대생을 대신해 국시 응시 기회를 달라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의대생 국시 문제를 의ㆍ정합의의 선결과제라면서 또 다른 투쟁을 언급했다.

의대생 국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같았다.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응시 불허’라는 것이다. 지난 9월 24일 의대생들이 입장을 바꿔 응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타 국가시험과의 공정성, 형평성 문제로 재응시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국시 재응시 불허라는 입장에 의대생들은 초연한 모습으로 재응시 문제에 매달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협 비상연석회의에서나, 최근 첫 회의를 진행한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에서도 의대생들은 “잘못된 의료환경과 정책에 대한 단체행동의 일환 및 결과로 나타난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본질을 해할 수 있는 입장은 의료계 내부적으로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생들의 이런 모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뜻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직 배우는 학생의 입장이지만 그들은 미성년자가 아니고, 주민등록증도 있는 대한민국의 어엿한 성인이다. 그런 성인이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그건 그대로 존중돼야한다.

그런데 당사자인 의대생은 조용한데 왜 병원장들이 난리이며, 의료계 선배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들을 대신해 사과를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고, 의대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 역시 이해할 수 없다.

해마다 30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됐지만 올해는 의사 국시 미응시로 인해 2700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게 됐다. 이는 인턴은 물론, 전공의, 나아가 대학병원의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됐다. 값싼 노동력이었던 젊은 의사들의 공백은 그동안 그들의 희생으로 지탱해온 우리나라의 기형적 의료제도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의대생 국시 문제로 ‘의료대란’을 걱정한 주요 병원장들과 의료계 선배들의 목소리 이면에는 ‘젊은 의사들을 착취하는 현 의료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 있는 건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 지난여름 의사들의 총파업은 그들에게 보장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비난한다면 의사는, 의대생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란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의대생 국시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사용했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를 치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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