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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10-14 11:37 (월)
한탄강 푸른 물이 적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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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푸른 물이 적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0.1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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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느끼는 것이었다. 손으로 피부를 쓸어 보면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필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이 좋았다. 작은 움직임에도 무엇인가 새로운 호기심이 일었고 그 호기심은 언제나 상상 속으로 그를 이끌었다.

전쟁통에서 선생으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입에 풀칠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선이 아닌 후방에서의 삶은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되레 그 반대였다. 무언가를 알려주고 아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기쁨을 애써 외면했다.

그는 안에서보다는 밖에 있을 때 더 살아 있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살아 있고 싶었다. 죽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선생으로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 살고 싶었다. 팔딱팔딱 뛰고 싶었다.

그는 산속에서 들에서 냇가에서 병사들과 함께 있는 것에 더 많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느낌이 많은 전선을 택했다. 만류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을 뒤에 두고 그가 다시 총을 잡았을 때 그는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은 언제나 그를 따라다녔다. 만주에서 간도에서 해방 조선에서 여수에서 지리산에서 그리고 감옥에서 그랬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언제나 이전과 오늘은 달랐으나 그가 느끼는 오늘의 감정은 언제나 새롭다. 감옥에서는 완전히 체념했다. 전쟁이 터졌고 죄수들이 뒤뜰에서 마구잡이 총살을 당할 때였다.

죽으면 죽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철원 이 전선에서는 그렇지 못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살아서 더는 숨을 쉬지 못할 수도 있다. 감옥에서와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적의 총알은 피해가기보다는 심장에 깊숙이 박힐 것이다.

느낌을 더는 느끼지 못할 때 그것은 죽음이다. 그래도 그는 그 길을 택했고 후회 대신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했다. 모처럼 찾은 휴식에 부하들은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진지하고 따뜻했다. 그도 따라 웃었다. 이 웃음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이다.

살아 있는 것의 끝은 슬픈 것이었으나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했으므로 절망은 아니었다. 휴식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무전기는 쉴 새 없이 울렸고 그는 명령에 따라 병사들을 수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진이 아니었다. 총구를 앞이 아닌 뒤로 돌린 것은 적의 기세가 세서가 아니었다. 작전상 후퇴였다. 사단 사령부는 필수 대대를 3 키로 후방으로 밀렸다.

그렇게 명령했으므로 필수는 그렇게 했다. 소령이었던 그는 중령으로 승진해 대대를 맡고 있었는데 곧 연대장이 될 터였다. 그를 천거했던 대대장은 두 달 연대장 후 별을 달고 그러자마자 사단장이 됐다.

사단장은 필수를 아꼈다. 그가 보기에 그는 장군감이었다. 무서워할줄 모르는 용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따뜻했다.

적을 두려워 하면서 정이 있는 사람은 부하를 지휘할 자격이 있었고 필수는 거기에 적합했다. 사단장은 필수 부대가 적을 유인해 한탄강 유역에서 섬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철원 지역의 적 사단은 주력이 아니고 따라서 충분히 필수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번 작전에서 승리하면 바로 연대장으로 임무를 바꾸고 별을 추서할 계획을 세웠다.

필수는 무엇이 되기보다는 되고 나서 임무가 추가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았다. 다스리는 병력의 규모가 클수록 그는 자신감이 배가됐다.

안전하게 후방으로 병사들을 빼낸 그는 적이 들어오기 쉽도록 급하게 후퇴한 흔적을 여기저기 남겼다. 방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들어온 적은 죽기 전에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무기를 점검하고 개인화기를 정비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드디어 적이 승리교 근처를 넘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연대 규모였다. 병력 수에서 조금 밀렸으나 충분히 해볼 만한 전투였다. 그들은 필수 부대가 어디에서 어떤 방어 전선을 치는지 알지 못했고 필수는 적이 어떤 곳을 지나 어떤 곳으로 들어오는지 알고 있었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는 컸다. 그들은 급하게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숨을 곳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습 공격에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적의 피가 한탄강 푸른 물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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