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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7-13 06:02 (토)
바로 그런 심정으로 호석은 교회에서 먹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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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런 심정으로 호석은 교회에서 먹고 잤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9.11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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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지나서 목사님이 문을 열려고 열쇠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그는 가만히 그 뒤에 섰다. 두 어 걸음 떨어져 비서처럼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다소곳하게, 최대한 얌전하게.

목사님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누구냐고 말대신 눈으로 물었다.

하느님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뜬금없는 대답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번에는 눈이 아닌 말로 물었다.

누구냐니까.

낮은 저음이었으나 저항하기 어려운 깊은 울림이 있었다.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 누구냐고.

답답하다는 듯이 목사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넓적한 얼굴이 옆으로 일그러져 더 넓어 보였다.

전호석입니다.

문을 연 목사님은 아무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오라는 말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말도 없었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안된다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확실한 의사 표명이 없었으므로 호석은 유리한 쪽으로 생각했다. 그림자를 피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더 조심하면서 뒤를 따랐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가 부모를 놓치면 끝일날 것처럼 몸과 달리 마음은 그렇게 나아갔다.

교회안에 열린 창문으로 오후의 빛이 가득찼다.

호석이 빈 자리에 앉은 것은 목사님이 단상에 막 올라 선 때였다.

채 열 명이 안되는 신도들을 상대로 설교를 끝낸 목사님이 십일조에 대해 말씀 하셨다.

호석은 빈자리에서 두 손을 모았다.

그까짓 십일조 내가 다 낼께요.

교회 이전이 그렇게 시급한 거라면 못할 것도 없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호석이 천원짜리 한 장을 헌금함이 들이 밀었다. 착한 일을 한 것 같았으나 나쁜 일을 하다 들킨 것처럼 심장이 마구 떨렸다.

상심한 목사님을 달래 주기 위해 단상 옆으로 나간 사람은 호석말고는 한 사람 뿐이었다. 썰렁했다. 자신의 닮은 이런 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돌아서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정해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자기 자기가 있다. 이곳이 내 자리다.

알고 지낸 사이인 듯 교인들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미안한 감정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목사님의 말씀을 따르지 못한 것은 죄나 마찬가지였고 신도들은 죄를 사하기보다는 죄를 짓고 교회를 떠났다.

남아서 못다한 기도를 하던 늙은 부부 마저 나가자 교회는 다시 텅 비었다. 빈 곳에는 적막이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서는 작은 움직임도 쉽게 포착된다. 목사님이 다가왔다.

호석에게 눈길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무슨 볼 일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려고 호석의 자리 근처로 왔던 것이다. 일어난 호석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성경책과 방석을 원래 있던 자리로 옮겼다.

칭찬을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였다면 응당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고 대신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대신 누가 할 사람이 없다는 태도였다. 이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한 번 더 그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연이어 나왔다.

그 소리 때문이었는지 목사님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부모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부드러워진 목소리는 아니었다. 경계를 풀 시간은 지나지 않았다. 아까와 같은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였다. 오랫동안 군대에 있다가 막 제대한 직업 군인이 따로 없었다.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대하는 상대에 따라 다르다면 좋은 목소리가 아니다.

무엇 하는 분이냐.

그런 것을 물어 볼 줄 알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호석은 여유와 침착함을 잊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고 아버지는 군인이며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입니다.

그래도 약간 떨렸다. 목소리보다 심장이 그랬다. 너무 길게 말했다.

그러나 거짓말이 아니었으므로 당당했다. 사실이냐고 물으면 화난 표정으로 그런 것도 거짓말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목사님은 말 대신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아까는 바빠서 그러지 못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있다는 행동이었다.

훌륭한 부모님이시구나.

목소리가 한 단계 아래로 내려왔다. 듣기 좋았다. 그 틈을 타서 호석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역시 시간이 남는다는 듯이 천천히 목사에게로 눈을 돌렸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목사였다.

그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날부터 호석은 목사의 시종이 됐다.

가난한 목사님은 고아를 살필 수는 없었으나 화목한 가정의 가출한 학생은 돌 볼 수 있다고 했다.

개척교회 알지?

상봉동에서 제일 큰 교회가 될 거야.

그런 말을 목사님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일에 호석이 보탬이 되고 싶었다. 자신을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는 없어도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다.

교련 선생에게서 들은 말이 지금 떠올랐다.

남자는 말이야, 자신을 알아 주는 상관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거다.

바로 그런 심정으로 호석은 교회에서 먹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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