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7-15 08:19 (월)
그것의 실체는 숨어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상태바
그것의 실체는 숨어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8.31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이 흘러 반신반인 절대자의 아들은 검사가 됐고 그 아들은 자연히 검사 아들로 불렸다.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는 반대편의 아들은 빨갱이 아들이 됐다.

토벌대 대장과 독립군 대장이 극명하게 갈린 것처럼 그 아들들 역시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서로의 삶을 이끌었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그들은 아직은 대결의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기도 했고 알기도 했다.

모르는 자는 당연히 토벌대의 아들이었고 그는 현재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위치로 보아 세상이 뒤바뀔 일은 하늘이 두쪽나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확신을 더하기 위해 그는 있는 빨갱이는 물론 없는 빨갱이도 수시로 꺼내 거적위에 시체를 펼쳐 놓았다.

어부 간첩 일방 타진 3명 사살 8명 생포가 커다란 활자 위에 누어서 춤을 췄다.

유학생 간첩 13명 검거 혹은 대를 이은 간첩 가족 긴급 체포는 서 너 달에 한번 꼴로 지면을 장식했으며 신문은 그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기에 바빴다.

국민들은 경악했고 아직도 저런 자들이 있다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듯이 눈과 귀를 가리고 벌린 입으로 사형을 외쳤다.

여론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장도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세를 따르겠다고 판결봉을 소리나게 두드렸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들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세월도 해방처럼 반드시 온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해방이 될 줄 누가 알았으냐고 친일 행각을 자신있게 변명했던 그들과는 달리 반드시 올 그날을 위해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신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검사가 빨갱이를 거적위로 드러냈듯이 그들은 누구도 말하지 않는 그 자들의 거짓을 그들처럼 거적대기 위가 아닌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힘없는 자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 안간힘은 보는 자들을 애처롭게 했고 동정하게 했으며 간혹 귀를 기울이게 했다.

더디더라도 앞으로 가려는 의지가 있으면 전진하게 된다는 신념외에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으나 그들은 그것을 꺾기보다는 날을 더 세웠다.

숫돌위에 무딘 날을 힘겹게 올려 놓으면서 다른 것은 다 죽었어도 눈만은 살아서 꿈뜰댔다.

그런 힘이 어디서 솟아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들 자신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살지 못했으므로 살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변명이라면 이것이 변명이었다.

고된 삶이었다.

어떤 때는 차라리 이렇게 살 바에야 일본의 식민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곧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는 그런 것은 앞으로는 꿈도 꾸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그럴 시간이 있다면 거적대기 위해 쌓아 올릴 삐라에 들어갈 그렇듯한 문구나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기름 냄새가 코 끝을 떠나지 않고 주변에서 계속 맴돌 때면 호석은 그것을 떨쳐 내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기댔다.

타서 없어지고 남은 것이 재라면 그 재는 누군가의 거름이고 커야할 자양분이었으며 좀먹는 벌레를 제거하는 좋은 재료였다.

그것의 실체는 숨은 간첩처럼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