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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전을 알면서도 돌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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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전을 알면서도 돌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7.30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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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녀가 손을 위로 뻗으며 잘 잤다는 신호를 보냈다.

반신반인은 그런 하찮은 것에는 신경 쓸 겨늘이 없다는 듯이 새로운 생각으로 복잡하게 돌고 있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가볍게 감싸 안았다.

세상의 모든 것인 것처럼 모든 것을 털어냈던 조금 전의 반신반인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를 괴롭히는 정리되지 않은 무리들에 대한 처리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했다.

그냥 내버려 두고 모른 체하기도 그렇고 성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처지였다. 싹쓸이하고 싶으나 자신이 필요한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고 그런 것을 대비해 일부는 남겨 둬야 한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남겨둘 적정한 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런 생각으로 혼돈스러울때 갑자기 재채기가 나왔다.

한 두 번 하다 그칠 것으로 알았으나 그러지 않고 또 나왔다. 무리에 따른 오한으로 인식했다.

매일 왕진을 오는 전담 의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산삼이든 녹용이든 젊은 사람의 생피 등을 먹고, 밤새 써버린 것을 보충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신반인은 승천하는 용이 그려진 자기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으로 무릎을 탁쳤다. 바로 그거였다.

감기 바이러스처럼 그때 그때 약으로 처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순간 복잡한 머리가 단순해지고 비로소 심장이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어차피 정리되지 않는 무리들은 증상 완화제를 쓴다. 없는 바이러스의 치료약을 구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미리 백신을 맞히지 않아도 된다.

오뉴월 죽순처럼 어느 날 불쑥 자라나 여기저기서 구호를 외치면 처음에는 내버려 둔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감기약을 먹이자. 몸살이 근육통으로 이어져 출근이 어려울 정도라면 침을 찌르자.

바퀴벌레처럼 대낮에 안방으로 기어 나오는 겁 없는 자들은 파리채가 처방약이다.

반신반인은 완전 섬멸은 자신을 위해서 바람직 않다고 잊지 않기 위해 곱씹었다. 쌍포들이 출근하면 자신의 이런 계획을 알리고 그대로 실천하도록 지시한다.

골치 아픈 일을 끝낸 그는 화장하지 않은 날것의 체취를 뿌리며 일어서려는 작은 선녀를 슬쩍 밀어트렸다. 자신의 녹슬지 않은 힘을 과시하고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한 데 따른 보상을 받고 싶어서였다.

여유를 찾은 그는 표정을 바꾸고 살짝 웃었다. 웃을 때는 그도 인정이 있는 인간처럼 보였다. 언제든지 그럴 능력이 있으면서도 박멸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포용심과 아량에 대해 그는 내심 흡족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성품을 갖게 해준 섬나라 상관에 감사함을 표했다. 구중궁궐로 초대해 만주벌판을 누비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회포를 풀어야지, 그는 다짐했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아량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앞선 설명을 건너뛰었다 하더라고 반신반인의 작전이 필요할 때 키워서 잡기 위해놓는 일종의 덫이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맞다. 반신반인은 상대할 정적의 세가 너무 약하면 은밀히 지원하기조차 했다. 적이 없는 상대는 절대 부패하기 때문이 아니라 비교 대상이 없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을 깨우치기 위해서였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낡은 수법이었다.

그러나 키웠다가 제압하는 그의 작전은 대개 성공했다. 적들은 반신반의 작전을 알면서도 돌파할 방법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아무리 힘을 모아도 반신반인을 이겨낼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숨어서 암약만 할 수는 없었다. 때가 되면 나온다. 그들이 나올 때는 적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을 쉬지 못하는 대장과 같은 절박한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해줘야 한다고 그 누군가가 자신들이라며 맨 총대를 앞세우고 무모한 돌진을 시도하는 것이다. 대명천지에 날 잡아가라고 외친다.

장롱 밑에 숨어서 밤에 나오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는 대낮에 나와서 날갯짓하는 바퀴에 파리채를 들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런 모습은 프로 레슬링처럼 마치 서로 짜고 하는 것같은 인상이 들기도 하나 백성들은 그런 것을 알지 못해 겁을 먹거나 욕을 하거나 하면서 서로 눈치만 본다.

쌍포는 이번에는 파리채 대신 망치를 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게임판의 병아리 잡듯이 튀어나온 그들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라고 눈짓이아닌 또렷한 말로 명령했다.

혹 눈치 없는 자들이 잘 못 수행할 명령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삼년 묵은 피나무로 깎은 부러지지 않는 목봉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그들은 동정 대신 되레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방송이나 신문은 그들을 간첩이라고 표현했고 일망타진했으니 국민들은 일터로 돌아가라고 안심시켰다. 그것은 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수십 년간 적과 반신반인이 하는 싸움의 형식이었다.

수학 공식 같은 이 싸움에서 지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들은 알았으나 그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숨을 참지 못해 죽기 직전에 나와서는 그래도 이 같은 정공법이 최고라고 떠들어 댔다.

적들은 그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쌍포는 자고 일어나는 그들의 정확한 위치와 시간을 알고 있다가 달려들 청소부를 투입했다.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것은 커버린 위상에 비해 격이 맞지 않았다. 준비했는지 방심했는지 그들은 독재타도와 같은 험한 말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갑자기 나와서는 소리 질렀다.

나 여기 있으니 잡아가라는 신호였다. 쌍포의 졸개들이 이때다 싶어 같이 고함치면서 달려들면 상황은 쉽게 종료됐다. 소리친 자들은 수가 적고 무기가 약했으며 잡는 자들은 그와 반대로 수가 많고 손에 쥔 무기가 좋았다.

그들은 그날을 위해 언제나 준비했다. 쓰레기가 나오면 쓸기 위해 다듬은 빗자루를 항상 옆에 대기시켰다. 비상이 걸린 전방의 오 분 대기조처럼 철저함이 그들의 큰 장점이었다.

겁을 주기 위해 무장한 졸개들은 손에 유인물 쪼가리를 든 적들로부터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진을 치기도 했다. 쌍포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가까운데서부터 먼데로 이동하는 감시의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반신반인의 전성기는 말하자면 쌍포의 이같은 충성 경쟁의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쌍포의 불법은 그것이 비록 사감에 의한 살인일지라도 눈감아 주었다.

재산을 늘리기 위해 권총을 들이밀어도 그것이 기업을 쓰러트릴 정도라도 역시 모른체 했다. 그들이 충성을 하는 이유를 반신반인은 알고 있었다.

떡을 만지는데 떡고물이 묻지 않은 손을 반신반인은 신뢰하지 않았다. 떡고물은 정적을 제거할 때처럼 필요할 때 쓰기 위한 반신반인의 재량이고 눈속임이었다.

쌍포의 불법을 눈감아 주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그들에게 던지면 반신반인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꼬리 자르기는 도마뱀의 특기만이 아니었다. 반신반인이 쌍포를 이용해 이렇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사지가 들려 압송되는 대장은 당시 국민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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