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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불안에 떨고 있다는 인상을 대장을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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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떨고 있다는 인상을 대장을 줄 수 없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7.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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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대장이 머리를 들었을 때 전방의 목표물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사이로 희미한 건물과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의 형상이 떠올랐다.

안개 속에서 은밀하게 침투하는 적의 무선 보트와 같이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는데 아까와 같은 똑같은 형상은 아니었다.

일부는 찢겨 지고 일부는 파괴되고 또 일부는 떨어져 나갔는데 폭삭하고 주저앉거나 문짝의 틈이 벌어져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공간은 나오지 않았다.

대장은 직감적으로 이번 작전 역시 성공이 아닌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실패 다음에 올 작전을 구상하기 위해 대장의 머리는 회로 속의 전지판처럼 복잡하게 돌아갔다.

폭약의 부족이나 설치 장소의 부정확을 들어 실패를 추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원들은 모두 대장이 어서 결정을 내려 주기만을 바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목에 붙어 있는 머리가 떨어져 나가 광장으로 구른다 해도 아무 불만이 없겠다는 표정이었다.

적들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무슨 때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굉음을 울리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났음에도 잠이 덜 깨 상황이 파악이 안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적에 대해서는 이것 말고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대응 없음이 작전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대장은 다시 한번 골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폭발음에 대비한 단속이 아니라 그런 적들을 상대로 어떤 작전을 펼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더 허술했고 느린 적들은 작전 계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일당백을 한다는 선전은 거짓이었다. 순찰을 돌던 세 명의 적들이 목을 노린 대원의 칼날에 희생된 지 꼭 13분이 지났다. 그리고 폭탄이 터졌다.

그런데 상황은 그 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지붕 위에 있던 비둘기들이 날아서 다른 지붕 위에 앉아서 적들이 흘린 피를 바라보는 것만 빼고는 광장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이상한 복장으로 무표정한 표정을 하고 앞에 총 자세에서 일렬종대로 어지럽게 달려 나오는 병사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에 없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추가병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병력조차 배치되지 않았다면 수령조차 이곳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순간 대장의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의구심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상대해야 할 적이 없는 순간은 예상치 못했다.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사람은 그런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대장은 강한 폭발음에도 변화가 없는 것이 되레 불안을 자극하는 대원들을 달래기 위해 성급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침투를 미리 알고 서둘러 병력을 뺀 제갈량의 작전이라도 되는 양 전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으므로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불안에 떨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아니될 말이다.

지금쯤이면 실전에서 했던 것처럼 참호에서 괴성을 지르면 적들이 뛰어나오거나 오는 곳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야 했다.

광장에 도착한 후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벌써, 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시간은 대원들에게는 한 시간 이상처럼 길고 지루했다.

대장은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2차 폭탄을 설치할 것인가, 아니면 뒤로 빠져 안전한 곳에서 다음 작전을 도모해야 하는가.

고개를 들고 난 후도 혼란한 순간이 몇 초간 이어졌다. 대장의 머리를 어지럽힌 것은 대장의 책임이 아니었다. 적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개처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면 그렇게 대항하면 그뿐이었다.

애초 작전은 그것이었다. 대들면 해치운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총알이 떨어지고 던질 수류탄이 없고 잡았던 대검이 찌를 대상을 찾지 못하고 손에서 떨어져 나갈 때까지 싸우면 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적들은 사방에서 뛰쳐나오지 않았다. 했던 말을 되풀이하는 것에 독자들 가운데 짜증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너무 어이 없기 때문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

백발백중의 사격술은 써먹을 때를 기다리다 총신에 녹이 슬고 있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던, 다른 장소로 움직이기 위해 잠시 서 있던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들어온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됐다.

그런데 그럴 대상이 없으니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길잃은 나그네 신세가 잠시지만 대원들에게 닥쳤다.

대장은 2차 폭탄을 설치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어디선가 적들이 물에 스며드는 스펀지처럼 광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냄새도 났다. 피 냄새를 맡은 하이애나처럼 그들은 코를 땅에 바짝 대고 엎드려서 한발씩 전진하고 있었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적들이 다가오자 대장은 우선 자신을 보호해야 할 엄폐물로 계단 아래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폭발물의 후폭풍을 피할 수는 있어도 조준 사격을 한다면 조준경의 범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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