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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의대생, 단톡방 성희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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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의대생, 단톡방 성희롱 논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2.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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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동기 여학우 모욕...가해자, 사과문 게재
▲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같은 동아리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경희의대생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쳐.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같은 동아리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경희의대생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자 가해자들은 공개 사과문을 올려 사태 진정에 나섰다.

지난 28일 페이스북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에는 ‘경희대 의대 단톡 성희롱 사건 공론화 부탁드립니다. 학교 내 처벌로는 부족합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경희의대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인침대위)에서 작성한 ‘사건 보고서’가 게재됐다.

보고서에 게재된 성희롱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경희의대에 재학 중인 가해자 A, B, C와 신고자 D는 같은 학번 동기로, 같은 동아리에 가입돼 있다.

가해자들은 카카오톡 채팅방 내에서 동아리 내 동기 여학우들에 대한 성희롱, 모욕적 발언을 일삼았으며 선배, 같은 수업 내 유학생 등으로 그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해당 채팅방에서 이뤄진 발언은 “OO는 빈약해서 내 취향이 아니다”, “OO가 위를 좋아하네”(상상에 기반한 발언), “OOO 중에 저런 각선미 없음”, “핥고 싶다”, “쪼임 ㄱㅊ?”(상상에 기반한 발언), “00학번 먹고 싶다는 줄”, “잘 대줌”(상상에 기반한 발언), “OOO랑 OOO 모텔가나보지” 등이다.

이 외에도 개인의 SNS 계정에서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캡처해 이모티콘의 용도로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거부감과 양심적 가책을 느낀 D는 지난 9월 20일 인침대위 측으로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인침대위에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긴급히 상임위원을 소집했고, 특별위원 선발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상임위원 간 의견 불일치로 특별위원 모집 방법에 대한 논의 기간이 연장됐다. 이 기간 동안 D는 사안이 적절히 처리되지 못해 다시 같은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경우의 불안감, 그리고,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 아직 공익제보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방안이 부족한 사회의 한계점으로 인해,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

D는 교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성평등상담실에 사건을 접수했지만, 큰 사건인 만큼 많은 절차를 요했기에 ‘2019년 내에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해당 사건에 대한 빠른 해결을 위해 인침대위에 사건을 재접수했다.

인침대위는 해당 사건의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해 공개적인 특별위원 모집은 신고자 D의 신변 보호를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에 준하는 특별위원 3명을 추천했고, 학생자치위원회의 인준을 받았다.

인침대위는 특별위원 임명 즉시 D가 제공한 증거 자료를 함께 검토했다.

제출된 증거물을 통해 가해자들이 본인들의 발언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성희롱과 모욕을 지속했으며, 추후에 카카오톡 내용이 유출될 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기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파악했다.

이에 인침대위는 해당 동아리 특정 학번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 11월 19일 대면 조사와 서면 조사를 시행했다.

이날 조사에 가해자 B는 출석하지 않았으며, A는 본인에 대한 혐의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반면 C는 조사에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했으며, 본인의 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직접적으로 성희롱 또는 모욕적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묵인하거나,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은 다른 동기 4명은 단체 채팅방 내에서 카카오톡 삭제가 빠르고, 주기적으로 이뤄져 사건의 대부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가해자 상당수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사태를 덮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인침대위에 따르면 가해자 중 A는 조사 후 B와 C, 신고자 D, 그리고 사건을 방관한 동기 4명에게 연락해 ‘다음날 함께 모여 카카오톡 채팅 내용 중 문제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는 발언을 했다는 것.

또 D에게는 ‘자신이 동아리 담당 지도교수님께 직접 찾아가 부탁드린 후, 교수님의 압력을 통해 인침대위의 사건 처리를 무산시키겠다’고 발언한 것까지 알려졌다.

여기에 수업시간에 신고자 D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및 의심하고, 동아리 선배에게 조사의 부당함과 본인의 결백을 호소하며, 동아리 담당 지도교수님께 면담을 요청하는 등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기 보다는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언행을 보였다는 게 인침대위의 지적이다.

사태가 커지자 가해자 남학생 둘이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조사를 받을 당시 대부분이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했지만 조사를 받고 난 뒤, 단체 채팅방을 다시 읽어보니 우리가 저지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며 “남자 학우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채팅방이었지만 대화를 주고받다보니 건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게 됐고, 일반적인 상식선을 넘어선 발언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남을 인격적으로 비하하고 모욕감을 준 것만으로 잘못한 행동이지만 더욱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간은 단과대에 있는 선후배와 동기들에게 이뤄졌다는 사실”이라며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들었을 때 피해자들이 가지게 됐을 배신감이나 모욕감은 짐작조차 못할 것 같다.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진행될 학교 측의 조사에 성실히 참여하고 징계절차에 따라 내려질 징계 결과를 응당하게 받아 들이겠다”며 “징계와는 별도로 피재다에 대한 사과의 경우, 피해자가 수락할 때 학교 측을 통해 개별적으로 직접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사건이 일어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절대 없을 것을 역속드리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가해자도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졌던 대화 내용과 수준 이하의 저급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학우들에 큰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처음 사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 입은 분들에 대한 사과가 늦어져 또 다시 마음의 상처를 준 것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이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임을 망각한 채 험담을 했고, 부적절했던 행동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행동의 책임을 지고 인권위원회의 징계를 달게 받고, 피해를 본 분들에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사죄를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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