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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들’에 ‘철부지’까지, 醫-韓 갈등 ‘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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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들’에 ‘철부지’까지, 醫-韓 갈등 ‘도 넘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0.1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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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요법 비판에 내시경 소독·관리 부실로 반박...유치한 싸움 논란

청와대-한의협 정책유착 의혹으로 해묵은 의협과 한의협의 갈등이 이번엔 대표단체답지 않은 표현에 의한 유치한 싸움으로 번졌다. 전문가단체 답지 않은 유치한 싸움에 보건의료전문 직종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쪽이었다. 의협은 한방 추나요법으로 인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우려하면서, 급여화를 추진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3개월 간 추나요법 청구선수는 총 113만789건, 건강보험 부담금은 총 128억 82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3개월간 추나요법 시술을 받은 환자 중 상한선인 20회를 채운 환자가 3073명에 이르고, 이중 실제 환자 수는 35만 9913명으로 급여 상한횟수를 모두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의협은 “학문적 근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방 추나요법의 급여화 이후 3개월 만에 1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낭비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당초 정부가 예상한 한방 추나요법의 소요재정이 1년간 11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객관적 치료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향후 보다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한의계에서는 추나요법이 한방원리를 기본으로 해 중국의 투나, 일본의 정골요법, 미국과 유럽의 카이로프랙틱 등을 통합한 현대적 한국 추나요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추나 급여화 근거의 핵심이 된 ‘근골격계질환 추나치료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논문은 질이 낮은 중국 추나요법의 유효성을 연구한 것이지 한국 추나요법에 대한 논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 의협 성명서(위쪽)과 한의협 성명서.

또한 추나요법 급여 전환을 위한 시범사업 평가 연구 역시 마찬가지로, 이 연구에서 중도탈락한 환자가 절반에 달했고, 추나요법이 다른 한방치료와 비교해 효과의 차이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한방 추나요법은 애당초 객관적인 치료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데 치료 횟수를 제한하는 것 외에 어떻게 심사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즉,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한마디로 한방 추나요법은 학문적 근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서둘러 급여화 해 그 결과 국민 혈세만 낭비한 꼴이다.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영역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로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추나요법에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됐다는 점을 지적하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의료계의 내시경 장비 소독과 장비가 엉망이라면서 반격에 나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점검결과, 위내시경 장비는 총 1215개소의 검진기관 중 438개소(26.5%)가 ‘주의’ 또는 ‘부적정’ 판정을 받았고 대장내시경은 1016개소의 검진기관 중 198개소(16.3%)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부터 2019년 9월까지 내시경 소독지침을 점검받은 양방병의원 21개소 중 무려 90%가 넘는 19개소가 ‘부당’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의협은 “사람의 중요 장기인 위장과 대장을 검진하는데 필요한 내시경 장비는 질병전염과 각종 감염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어떤 장비보다도 철저한 소독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이 경제적 이득이나 귀찮다는 이유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수칙을 쉽게 저버리고 있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어, “국민들이 감염과 전염의 우려가 있는 내시경 장비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음에도 대국민 사죄나 자기 반성은 커녕 한의계의 추나요법을 억지로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양의계의 모습에 측은지심이 느껴진다”며 “양의계는 추나요법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에 몰두할 것이라 아니라, 지난 2017년 내시경 소독 수가를 신설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위생상태는 엉망이 된 현실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추나요법 비판에 한의협이 내시경 장비 소독 및 관리로 받아친 성명서 전쟁은 두 단체의 격을 낮추는 ‘유치한 표현’들로 논란이 됐다.

의협은 성명서에 “지붕에 구멍이 나서 비가 새고 기둥에는 금이 가고 있는데 월급 받았으니 안마 받고 소고기 먹으러 가자며 효자노릇 하는 이 한심한 ‘바보 아들’같은 정부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고 표현했고, 한의협은 “환자를 검진할수록 손해라는 양방병의원들의 읍소에 따라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내시경 소독 수가를 챙겨줬음에도 주의, 부적정 판정을 받은 검진기관 및 의료기관이 더 늘었다는 지적을 받은 ‘철부지’ 같은 양의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한 것.

의협의 ‘바보 아들’, 한의협의 ‘철부지’라는 표현은 개인이 아닌 대표 단체들이 쓰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단체들이 이렇게 유치하게 싸우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국민들이 바라보는 의료계는 과학 중심, 근거 중심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단체인데, 소위 입에 담기도 유치한 싸움을 개인이 아니라 대표 단체에서 했다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의협은 추나요법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는 것이 걱정됐다면 여러 가지 근거나 재정추계 등을 통해 우려사항을 논하면 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제기할 때 99% 옳은 의견을 냈더라도 ‘바보 아들’ 같은 유치한 단어를 사용한다면 이로 인해 의협의 위상은 –100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협도 의협의 비판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성명을 냈겠지만 유치한 싸움에 유치함으로 대응하는 것 역시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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