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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타 의료기관 ‘환자이력정보’ 열람 추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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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타 의료기관 ‘환자이력정보’ 열람 추진 반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9.2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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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숙 의원 개정안에 의견 제시...“의민감 정보 보호 취지 반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환자 동의를 받아 타 의료기관에 환자이력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에 대해 의협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개정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진료이력 확인이 필요한 경우 환자의 진료이력정보를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 골자다.

개정안은 또 보건복지부 장관은 진료이력정보 확인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을 구축‧운영하되 진료지원시스템 구축‧운영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복지부 장관 또는 전문기관장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게 진료지원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르도록 하는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의협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진료이력 확인에 대해 “현행 의료법 제21조에는 환자의 질병, 병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각 호에서 열거한 목적 외에는 개인정보의 열람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의료인이 자의적으로 환자의 진료이익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의료법의 민감 정보 보호 취지에 반하는 개정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의료계는 엄격한 면허 제도를 통해 종별 업무영역을 배타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의료인간의 면허영역 침범을 무면허의료행위로 엄중히 다스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료기관의 종류에 관계없이 과거 진료이력을 확인해 진료에 이용하는 건 면허제도의 침탈과 무면허의료행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과거 진료를 담당한 의료인의 동의 등이 없이 직접 진료이력을 열람케 하는 건 환자의 내밀한 개인 민감 정보 유출의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의료인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환자의 진료이력은 진료를 시행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의학적 지식에 기반해 판단한 주관적인 결과물이기에 의사의 지적재산권에 속하며 이를 다른 의료인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개인형맞춤진료지원시스템 구축·운영의 전문기관 위탁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전세계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함으로써 의업에 종사할 것을 허락받고 환자의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다는 선서를 하며, 외국의 경우 재판정에서까지 비밀유지의무를 실천하는 경우가 상당히 존재한다”며 “환자의 진료이력을 함부로 열람케 하거나 유출하지 않는 건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자의 질병정보라는 민감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한다는 근본적인 목적 실현을 위해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를 외부 서버에 저장해야 하는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 구축에 반대하다”며 “개정안과 같이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 구축되는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에 진료기록들을 집적해 서로 공유하는 건 환자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질병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개인의 민감 정보인 진료기록은 법적, 제도적, 사회적, 윤리적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역으로서 진료기록 자체가 텍스트 및 이미지 정보이면서도 지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전산정보처리시스템 구축을 통한 진료정보의 통합관리와 정보화가 가장 지연되는 분야임을 감안할 때, 정책 추진에 있어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의협은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 구축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개인맞춤형진료지원시스템 구축의 핵심은 중앙의 정보 집적 서버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스 시스템 마련과 각 의료기관 간의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망 구축에 있다”며 “이러한 전국 단위의 시스템 및 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보건복지부가 단독으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해당 시스템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시스템의 방대한 규모를 감안할 때 전문기관이 이를 적절히 수행·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데이터 관리 방법이 서로 상이하고 호환이 되지 않는 200여개의 전자차트 업계의 프로그램을 제각기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진료정보 공유를 위한 표준 서식 확립이 필수불가결하다”며 “이에 뒤따르는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가가 이러한 방대한 시스템을 완벽하게 관리·통제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며, 사기업 등이 위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면 환자 진료 정보를 영리적으로 불법 이용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면서 “백도어 프로그램을 통한 정보 유출 등으로 국민이 받을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의료기관에 시스템 이용과 관련한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협은 “위 시스템의 운영·유지에는 지속적으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각각의 의료기관에 설치된 게이트웨이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와 유지 보수, 망 연결 지속성 확보를 위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시스템 운영과 관련해서 각각의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해당 의료기관에 전가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특히 경영난 속에 있는 1차의료기관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의료법에 환자의 질병, 병력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열람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취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이런 개정안으로 인해 환자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노출됐을 때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법을 만들 때 더욱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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