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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 소신진료 환경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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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서 소신진료 환경 마련해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9.07.2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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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에서 발생한 것이고...”

지난 20일,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 400여명의 의사들이 서울역 앞에 집결했다.

최근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이유다.

앞서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29일, 모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의 실형을, 담당간호사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산아 유도분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반면,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태반조기박리가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사산 분만유도의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진단과 처치가 극도로 어렵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의료행위에는 통계적 위험도가 있음에도 의료행위의 나쁜 결과를 이유로 구속된다면 의사들은 누구나 언젠가 구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은 젊은 여성의 자연 사망율이 가장 높고 돌연변수가 가장 많은 임상과목이 산부인과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막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발생하는 임상과목이 산부인과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무분별한 의료분쟁과 형사처벌의 먹잇감 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가 밝힌 양형의 이유 가운데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듯하다.
다만, 사건의 전후 사정과 증거들을 토대로 ‘주의의무 태만’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이라 하더라도 응당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쩌면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이기에 주의의무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거울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은 악결과로 이어졌다면, 그 결과만을 이유로 의료진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마녀사냥일 뿐이다.

그리고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의료영역’에서 자행된 마녀사냥은 의사들을 외줄로 내몰아 소신진료를 막고 방어진료에 머물게 하며, 그 결과 환자들이 ‘의료영역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의료영역이 가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어진료가 아닌 소신진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신진료를 위해서는 ‘최선의 진료에도 불구하고 뜻하지 않게 나타난 악결과’에 대해 정부가 나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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