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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혈맥약침술, 안전성·유효성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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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혈맥약침술, 안전성·유효성 인정받아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6.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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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파기...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
 

산삼 등에서 정제해 추출한 약물을 정맥에 일정량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혈맥약침술에 대해 대법원이 ‘안전성·유효성’부터 검증받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최근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로 입원한 환자 B씨에게 항암혈액약침 등의 치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받았다.

B씨가 사입한 보험회사 직원 C씨는 심평원에 B씨가 지급한 본인부담금이 관계 법령에 따른 비급여인지에 관한 확인 요청을 했고 심평원은 A씨에게 이를 환급할 것을 명하는 처분을 내렸다.
 
심평원은 혈맥약침술에서 이용하는 혈맥이 한의학적으로 경혈과 같은 치료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전통적인 치료방법을 고려할 때 혈맥약침술의 치료 원리와 방법은 혈관(혈맥)에 약물을 주입해 치료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약침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의료기술 신청이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A씨는 “혈맥약침술은 보건복지부 고시인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에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이 사건 고시에 등재된 비급여 항목인 약침술에서 발전한 치료법이지만 약침술과 시술대상·시술량·원리 및 효능발생기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약침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며 “혈맥약침술에 관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 등 절차를 통해 안정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침술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한약에서 추출한 약침약 등 압통점, 경락, 경혈점 등 인체 해당부뷔에 주입하거나 삽입해 침과 한약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한방 의료행위”라고 전했다.

또 “혈맥(정맥 등의 혈관)이 침술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혈맥에 대한 침술에 침구효과가 있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볼 때 혈맥약침술은 약침술과 달리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며 오로지 약물의 효과만 극대화된 시술”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이 약침술에서 발전한 치료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기존 약침술의 시술방법과 원리 등이 변경된 예외적 치료방법”이라며 “혈맥약침술에 관해서는 별도로 신의료기술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약침술은 경락론에 따른 침의 물리적인 자극에 더하여 기미론에 따른 한약의 약물요법을 가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혈맥약침술은 주로 산양산삼의 약물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차이가 있다”며 “이 같은 특성상 혈맥약침술이 한의학의 약침술이 아니라 양의학의 주사요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락론에 의하더라도 침술이 반드시 경혈에 시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수의 경혈이 동맥 또는 정맥을 직접 지나가거나 동일선상 부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혈맥에 대한 침술을 자락술(刺絡術)이라고 보편적인 침술치료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등 한의학은 혈맥에 대한 침술에도 침구효과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A씨는는 상세불명의 기관지 또는 폐의 악성 신생물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해 경락론에 근거, 수태음 폐경의 태연혈, 척택 등에서 정맥을 취혈하여 혈맥약침술을 시술했다고 밝혔다”며 “A씨가 제출한 논문들 중에는 폐암의 경우 산삼약침을 양측 폐모혈에 각 5ml씩 투여하거나, 중완, 관원, 양측 폐수혈에 각 0.5ml씩 투여한 사례가 있어, 이러한 시술방법은 양의학의 주사요법과는 구별되는 한의학의 특유한 치료방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2004년경부터 혈맥약침술에 관한 논문이 활발하게 발표되기 시작해, 2010년경부터는 다수의 한의사들이 혈맥약침술이 약침술의 한 종류임을 전제로 환자들에게 혈맥약침술을 시행했는데,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암 치료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증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현재 혈맥약침술은 한의대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약침학 교과서에도 약침술 중 한 항목으로 소개되어 있다”며 “수년간 혈맥약침술이 특별한 문제 없이 시술되어 왔고, 그에 관한 교육이나 실습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혈맥약침술에 관하여 새삼 신의료기술인지 여부를 평가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이번 사건은 결국 대법원에 상고됐는데,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약침술로부터 변경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면 그렇지 않다”며 “핼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A씨가 수진자(환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산삼약침으로 불린다. 한의사는 환자의 위팔을 고무줄로 압박해 정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 20~60㎖를 시술한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해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이라며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품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수진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지급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원심 판단에는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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