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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중개설병원에 ‘환수 부당’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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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이중개설병원에 ‘환수 부당’ 결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6.0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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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상고 기각...‘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판단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비용 환수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렸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건보공단은 “형평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은 이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가 A씨의 명의를 빌려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한 1인 1개소법 위반 사건으로, 건보공단은 A씨에 대해 환수처분을 내렸지만 1심에서 건보공단의 환수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B씨가 A씨의 명의로 문제의 병원 개설·운영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은 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병원이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비용을 건보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것은 건보법 제57조 제1항이 규정하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 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상고됐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등에 한정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정하는 한편(제33조 제2항 제1호),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제33조 제8항 본문)”며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제4조 제2항)”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호법에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임에 비해,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 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로,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건보법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건보법과 의료법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건보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해야한다”며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거나,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더라도 의료법에 의해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운영되고, 진료행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료법 조항을 위반하지 않은 의료기관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건보법에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1인 1개소법을 위반했더라도, 의료법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거나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해 보험급여 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건보법 제42조 제1항 제1호 및 제57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허가나 심리미진, 판단유탈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는 “형평에 바하는 판단이며, 논리적으로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보장된다면 환수가 불가하다는 판단인데, 사무장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므로, 의료서비스 내지 요양급여의 질은 담보된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비용을 환수하라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형평에도 반하는 판단이며, 논리적으로도 서로 모순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후의 의료인이 개설 운영했다면 여러 개 개설해도 적법하다는 것인데, 과연 ‘의료인이 개설 운영하였다는 것’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없어 향후 추가적인 판단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즉, 배후의 실질 개설 운영자가 의료인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를 도구로 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비의료인을 대리인으로 보내서 개설명의 의료인들을 지휘 감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는 사무장병원이거나 사무장병원 보다도 더 비난가능성이 중한 것으로, 이러한 운영도 가능한 것인지 향후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행법을 사문화 시키고 있다. 실질적으로 여러 개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면, 판결이 아닌 법을 개정해서 허용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입법자의 입법의도에도 반하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누적된 하급심 판결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을 것으로 판단되며, 1인 1개소뿐만 아니라, 일반 현지조사 부당청구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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