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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서 30초가 부족한 시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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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서 30초가 부족한 시점에 도달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6.0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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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밤은 더 깊어갔다. 깊은 산 속의 밤은 도심속의 밤과는 달랐다. 소음도 일체의 잡음도 없었다. 고요만이 세상을 지배했다.

작은 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작은 텐트 안에서 나는 절대 고독을 느꼈다. 이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장소가 주는 어떤 묘한 기분이 더해져 뼛속까지 그것이 치고 들어 왔을 때 절대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가 왔다고 해서 봉창 두드리듯이 텐트의 문을 밀어젖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점잖은 사람이었으므로 헛기침을 하면서 인기척으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아니 그런 작은 신호조차 없어도 나는 그가 왔는지 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뱀처럼 그는 문 앞에 와서도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고 천 리 밖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알려 줄 수 있었다.

그것은 절대자와 나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누웠으나 좀처럼 잠을 들지 못했다. 누운 잠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나는 누우면 바로 잠을 잤다.

그러나 오늘은 밤하늘의 별처럼 내 눈은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천장을 뚫고 밖으로 나가 별과 빛을 서로 교환 정도로 강렬했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나는 가만히 있었다.

뒤척이고 싶은 생각도 그럴 자세의 불편함도 느끼기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선명한 야광 때문에 몇 시인지 대낮처럼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 주었다. 청판 아니, 녹판의 시계판은 시침과 분침 초침까지 선명했다.

다른 모든 것은 검은색인데 손목 위의 원형의 일부가 뚜렷하게 드러나자 나는 색다른 호기심이 생겼다.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정확한 시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갈 길을 가는 초침의 행태를 나는 부러워했다.

아직도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항로는 바꿀 수 있는데 나는 그러기는커녕 오로지 한 곳에만 매몰돼 있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나는 다른 것은 눈에 차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일에만 집중했다. 그것이 뭐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이 일이 완성되고 나면 나는 초인처럼 벌판으로 나가 사막 어디엔가를 헤매고 다닐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고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그것은 사치도 아니었고 방황도 아니었으며 잠시 다른 생각할 거리가 없나 하고 샛길을 돌아봤을 뿐이었다.

내게는 오직 쓰레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절대자를 만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거의 30분 동안 나는 시계를 보았다.

그러다가 13분 정도만 더 있으면 자정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계 보기를 중단하려다 말고 딱 그 시간 까지만 시계를 지켜보기로 했다.

들어 올린 팔뚝이 아파서 전기가 오는듯 했지만 나는 참을 수 있었고 참을 만했다. 드디어 자정에서 30초가 부족한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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